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일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이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역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선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내 9%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은 3일(한국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p 인상했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8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인 연 3.75~4.00%로 올라섰다.
특히 연준은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제 지표에 대해 “최종 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중단 논의 가능성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며 “아직 갈 길이 좀 남아 있다(some ways to go)”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은행권 대출금리 역시 동반 상승할 예정이다.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한국은행도 미국과의 금리차를 좁히기 위해 이달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인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35~7.19%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선 이달 안에 최고금리가 8%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안한 채권시장 상황도 은행 대출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강원도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불안 심리가 시장 전반에 퍼지면서 투자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2일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의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9월말(29일) 연 4.987%에서 지난달 21일 연 5.467%로 치솟았다. 업계는 채권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9%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더해 불안한 국내 채권시장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라며 “정부의 안정화 대책이 효과를 보면 상승 폭이 크지 않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고정형 대출 금리가 9%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연 7%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날 4대 은행의 변동형 대출 금리 상단은 6.72%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최근 정부의 은행채 발행 자제 요청으로 은행의 수신 의존도가 커진 만큼, 연내 8%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코픽스는 은행이 예·적금 등 수신상품을 통해 끌어온 자금의 조달비용에 연동된다.
신용대출의 경우 조만간 5%대 상품이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이날 4대 은행의 고신용자(내부 1등급) 신용대출 금리는 연 5.99~7.25%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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