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대폭 인상하고 한국은행도 이에 맞춰 금리 인상을 계속하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자 상환액이 불어나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영끌족’들은 월급의 절반 이상을 이자로 내야 할 형편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5.35~7.37%, 변동형 금리는 연 5.09~7.64%로 집계됐다.
주담대 최고금리는 7%대를 돌파 후 고공행진 중이다. 연말에는 금리 상단이 8%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지표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3.40%로 한 달 사이 0.44%포인트가 뛰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차주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써야 할 처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1000원이다. 주담대 4억원을 30년 만기의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을 경우 연 5% 금리가 적용될 때 매달 내야 하는 돈은 215만원이다. 매월 104만원의 이자가 포함된다. 금리가 7%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266만원에 이른다. 금리가 8%로 오를 경우 이자는 182만원으로 늘어 매월 원리금 상환액은 294만원 규모로 불어난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주담대 금리가 7%일 때 서울의 전용 84㎡ 아파트의 주담대 월 상환액은 291만원으로 추산된다. 월급의 60%를 대출 상환에 써야 하는 셈이다.
주담대뿐만 아니라 전세대출과 신용대출도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섰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4.99~7.39%, 신용대출 금리는 연 6.02~7.25로 나타났다. 신용대출은 금리 하단도 6%대로 올라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는 내년에도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차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라며 “내년 초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4회 연속 강행했다. 한은도 24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재차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여전히 갈 길이 남아 있다.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한 것보다 높을 것”이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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