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심사를 이달 내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양사가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장거리 일부 노선을 내놔야 하는데 국토교통부가 운수권(항공사에 배분된 운항 권리)을 국적사들에게 우선 배분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다만 양사가 내놓는 운수권을 국적사가 다 소화하지 못할 경우 일부 노선은 부득이하게 외항사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이달 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8월 말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2차 자료 제출을 끝냈다. 지난달에는 마국 법무부가 대한항공 임원과 담당자를 만나 기업결합 본심사 관련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는 자료 제출 이후 75일간 진행되는 터라 이달 중에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미국은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영향력도 막대하다. 따라서 미국에서 합병이 승인되면 나머지 국가들의 심사도 순조롭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과거 항공사간 기업결합을 대부분 승인한 만큼 양사의 합병 역시 큰 문제없이 승인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다만 미국 내 일부 대형 항공사들이 양사 간 합병을 승인할 경우 여객 노선 및 화물 운송 독점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 정부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신고 대상국이 아닌 임의신고 국가로 분류된 영국 정부의 합병 심사는 이달 14일 전후로 발표될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의 승인을 받으면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3개국의 심사만 남는다.
양사 합병이 속도를 내면서 LCC들도 분주히 움직이는 분위기다. 양사가 미국이 우려하는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외 중·장거리 일부 노선을 내놔야 한다. 국토부는 이 노선을 국적사에 우선 배분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만큼 LCC의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제로 인천~LA(로스앤젤레스)는 국내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가 지난달 취항했고 다음달에는 티웨이항공이 인천~시드니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국내 LCC 가운데 시드니 운수권을 확보한 것은 티웨이항공이 최초다. 제주항공은 지난 6월부터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양사 기업결합 이후 회수하는 운수권과 슬롯은 합병일로부터 10년 내에 이전하면 된다고 결론내렸다. 따라서 양사 합병 이후 향후 시장에 나올 운수권을 확보하기 위한 LCC들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파리 노선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LCC 관계자는 “중국, 일본, 대만 등 단거리 노선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대한항공, 아시아나가 독점으로 운항하는 장거리 노선은 수익성도 괜찮아 LCC들이 탐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LCC들이 유럽 등 장거리 운항을 위해서는 대형 여객기를 신규 도입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점은 향후 운수권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운수권을 다 채우지 못한다면 외항사에게 운수권을 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감에서 “가급적이면 국적사가 경쟁노선에 취항할 수 있도록 모집하고 권유하고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안 채워지는 곳이 2~3곳 정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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