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혹한기, 민간 모태펀드로 넘는다… “정부 주도 탈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03시 00분


출자 법인에 최대 8% 세액공제
정책 투자의무 없어 수익성 중심
상장주식-해외기업에 투자 가능
투자금 중간회수 펀드도 1조 조성

“내년에는 신규 펀드 조성이 힘들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민간 모태펀드가 이런 걱정을 해소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합니다.”(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선진 투자기법을 과감히 도입해 실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이밍입니다.”(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4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의 ‘역동적 벤처 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 관련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최근 벤처 투자가 급감하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정부의 민간 모태펀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했다. 모태펀드는 정부 자금으로 조성해 민간 펀드에 출자하는 펀드로, 한국의 벤처 투자 생태계는 관 주도로 운영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민간 모태펀드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현행 정책 모(母)펀드 일변도에서 ‘정책 모펀드’와 ‘민간 모펀드’ 2중 구조로 두꺼운 투자 풀을 만들겠다는 것. 관(官) 주도의 벤처 투자 생태계를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민간 위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현재 연간 6조 원대인 벤처펀드를 2026년까지 8조 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2005년 시작된 정부 모태펀드는 17년간 ‘제2 벤처 붐’의 마중물 역할을 해오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벤처 투자액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벤처펀드(9조2000억 원)의 64%가 정책금융 출자일 정도로 정부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벤처 투자 심리도 얼어붙으면서 민간이 보유한 유동성을 벤처생태계로 끌어와서 스타트업들의 ‘돈맥경화’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민간 모펀드는 전문성 있는 대형 벤처캐피털(VC)이나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해 민간 투자자 모집에 유리하다. 정부 재원 없이 조성돼 정책목적 투자의무(60%) 규제를 받지 않아 수익성 중심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 운용자산의 40%는 기존 벤처펀드에서 투자가 제한됐던 상장주식, 해외기업, 사모펀드(PEF)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

민간 모펀드는 민간 출자 수요와 투자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기존 모태펀드는 청년창업, 여성기업 등 정책 지원 필요성이 높은 분야에 각각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간 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법인 출자자에 최대 8% 세액공제를, 개인 투자자에게 출자금의 10%를 소득공제 해주는 등 세제 인센티브도 주기로 했다.

기업공개(IPO) 전 투자금을 회수하는 중간회수시장 활성화 대책도 나왔다. 정부는 다른 벤처펀드가 보유한 창업·벤처기업의 구주를 매입하거나 펀드의 기존 출자자 지분을 거래하는 ‘세컨더리 펀드’에 출자하는 사모펀드를 2027년까지 1조 원 규모로 조성한다. 또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한 ‘조건부 지분전환계약’,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 전까지 금융기관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저리 대출을 받는 ‘투자조건부 융자제도’도 도입한다. 아울러 정부 모태펀드가 해외 VC와 함께 조성하는 글로벌 펀드를 내년 말까지 누적 8조 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벤처투자 시장의 활력은 한국 경제의 미래인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으로 직결된다”며 “민간 자본이 자생적으로 유입되고 글로벌 자본이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는 역동적 벤처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벤처캐피털#민간 모태펀드#벤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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