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4일 활주로 이탈사고가 발생한 필리핀 세부공항에 취항한 항공사들에 특별 운항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활주로 이탈 및 엔진 이상에 의한 회항 등 항공기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강도 높은 지침을 내린 것이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필리핀 세부에 취항을 하고 있는 항공사들에 안전운항 지침을 내렸다. △6개월 내 세부공항에 실제 비행을 한 기장 중 1000시간 이상 경력자만 비행 △세부공항에 내려진 노탐(NOTAM·운항정보 공시) 정보가 반영된 모의비행장치훈련 후 비행 등이다. 정부가 비행 자격과 경력, 훈련 이수 내용 등을 정해준 것이다. 이에 일부 항공사는 세부에만 가는 기장들을 정해 이른바 ‘세부팀’을 꾸렸다.
세부공항 사고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호주 시드니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A330-300)가 엔진 결함으로 인천국제공항으로 회항했고, 이달 4일엔 제주에서 김포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여객기(B737-800)가 기체 결함으로 제주공항으로 회항했다.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 등은 항공기 특별안전점검에 나섰지만 승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회항한 티웨이 여객기에 탔던 한 승객은 “대형사고 발생 전에는 수많은 사고와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떠올랐다”며 “항공사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승객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민간조종사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사고가 나면 관련자를 처벌하는 데만 집중하는 분위기라 다들 몸을 사리며 사고에 대해 말하길 꺼린다”며 “항공 사고가 적기로 유명한 호주의 경우 징계 대신 안전 규정을 손본다”고 말했다. 한 항공업계 임원은 “미국과 유럽은 심각한 안전저해 행위가 아닌 이상 징벌 및 규제보다는 항공 당국의 행정지도와 교육에 중점을 둔다”며 “항공 선진국들의 안전 관련 지침 등을 검토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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