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온수 및 난방요금(열 사용요금)이 올 들어 40% 가까이 치솟았다. 취약계층의 주된 난방 연료인 등유 값도 1년 전에 비해 약 50%나 오르는 등 국민들의 에너지 사용에 비상이 걸렸다. 일반가정과 산업계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올해 1Mcal(메가칼로리)당 주택용 열 사용요금은 올 4월 66.98원에서 7월 74.49원, 10월 89.88원으로 3개월 간격으로 세 차례 올랐다. 인상 전인 3월 말(65.23원)과 비교하면 올 들어 37.8% 급등한 것이다. 지난달 인상률 20.7%는 2015년 열 요금체계 개편 이후 월간 상승폭으로는 최대다. 열 요금이 오른 것은 2019년 8월 이후 3년 만으로, 한 해 세 차례 인상된 건 처음이다.
업무용, 공공용을 합친 전체 열 요금의 10월 인상률이 18.1%인 것을 감안하면 주택용 열 요금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주택용 열 요금은 지역난방공사의 열 배관을 통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받는 세대(공동주택 기준 전체 세대의 약 30%)에만 적용된다. 현행법상 정부는 지역난방의 핵심 원가항목인 가스요금이 오를 때에만 열 요금을 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올 4, 7, 10월 가스요금이 인상된 직후 열 요금도 같이 올랐다.
올해 열 요금 급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 크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LNG 가격 급등이 열 요금은 물론 가스·전기요금까지 연쇄적으로 밀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과 일본의 LNG 수입가격 지표인 동북아지역 천연가스(JKM) 현물가격은 지난해 1월 MMBtu(열량단위)당 10달러대에서 올 8월 50달러대로 정점을 찍은 뒤 이달 3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LNG 수입단가는 지난해 1월 t당 413.7달러에서 올 9월 1465.2달러로 3.5배 급등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이나 지방 소도시, 도심 변두리 노후주택 거주자 등 취약계층이 난방용 연료로 많이 쓰는 등유 값도 급등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등유 평균 판매가격은 6일 L당 1603.2원으로 1년 전(1074.8원)에 비해 49.2%나 올랐다. 최근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의 원유 감산 결정으로 등유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 고물가와 맞물려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한층 어려워진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가스·전기·열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LNG 수입물량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할당관세 조치를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이다. 기재부는 할당관세로 가구당 매달 1400원의 가스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1인당 전력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최상위인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개선하려면 에너지 사용 행태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에너지 비상사태에 처한 유럽에서는 주택 면적에 따라 전기·가스 사용량 한도를 정하거나 연료를 배급하는 등의 고강도 대책까지 검토 중이다. 양의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산업계와 국민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에너지 수요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정책 지원을 병행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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