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블룸버그 미국 채권 인덱스의 연간 누적 수익률은 ―15.7%이다. 채권 투자 수익은 대부분 이자에서 나온다. 채권은 장기 보유하면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을 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대(大)인플레이션의 시대였던 1980년대에도 총 수익률은 양수(陽數)였다. ‘채권 대학살’이라고 불리던 1994년에도 연간 손실은 2.9%에 그쳤다.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역대 최악의 금리 상승세’라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닌 셈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인상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리 상승세를 촉발시켰다. 다만 모든 것에 끝이 있듯 금리 상승세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이 상승세를 꺾을 수 있는 것은 당초 이 사태를 촉발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하거나 그럴 기미를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연준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는 핵심 물가 상승세가 꺾여야 한다. 통화정책 시차를 고려하면 핵심 물가 상승세는 내년 1분기(1∼3월)에 둔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준이 공급한 유동성과 이를 이용해 시중은행이 대출 등을 통해 추가로 만들어 낸 유동성을 더한 지표를 유동성이라고 생각해 보자. 통화와 인플레이션의 관계가 끊어지기 전인 1990년대 이전까지 유동성의 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을 1년 선행했는데, 해당 지표는 올해 3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도 내년 1분기 중 둔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우리는 연준이 빠르면 내년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4.75%에서 긴축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 상승세의 둔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3월까지 인상 사이클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채권 금리 고점은 연준이 인상을 실제로 멈추는 시기보다 더 전에, 인상을 마무리 지으려는 근거가 생기는 시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임금 상승률이 단초라고 볼 수 있다.
임금 역시 물가와 마찬가지로 후행 지표이지만 연준은 임금 둔화를 물가 하락의 전제 조건으로 가정하고 있는 듯하다. 일례로 올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언제까지 긴축의 고통을 느껴야 하냐는 질문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임금 상승률이, 더 나아가 물가 상승률이 언제 내려오는지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연준은 임금 상승률의 하락이 물가 둔화 전에 총수요와 고용시장 둔화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 금리 반락의 시작은 임금 상승률의 하락을 연준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기준금리 인상 폭 축소의 근거로 제시하는 시점이다. 시장은 더 이상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올리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채권 금리도 지난 10개월간의 상승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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