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북극 바다를 덮고 있는 얼음의 두께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와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북극 해빙(海氷)의 두께를 추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해빙은 북극으로 유입되는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거울판’ 역할을 한다.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녹으면서 북극해는 더 많은 태양 빛을 흡수한다. 이에 따라 따뜻해진 북극의 바다와 대기가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에 영향을 미쳐 한파 등 이상기후로 이어진다.
해빙의 면적은 태양 빛을 반사하는 거울판의 크기를 결정한다. 이 거울판의 크기는 지구의 온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1970년대 후반부터 인공위성을 활용한 해빙 면적의 관측이 활발히 이뤄졌다. 특히 지난 2019년 관측 결과로 지난 40년간 북극 해빙 면적의 약 40% 감소한 사실도 밝혀졌다.
해빙의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면적뿐만 아니라 두께 정보가 필수다. 두꺼운 해빙은 천천히, 얇은 해빙은 더 빨리 녹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위성은 해빙의 위 표면만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한 해빙의 두께 정보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극지연구소 김현철 박사 연구팀은 ‘수동형 마이크로파 위성 관측’을 이용한 새로운 두께 추정 방법을 개발했다. 해빙이 두꺼울수록 해빙에서 방출되는 마이크로파는 더 긴 구간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이 퍼진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파 신호를 수신하는 위성으로 해빙의 산란 정도를 알게 되면, 역으로 해빙의 두께를 추정할 수 있다.
또 이번에 개발한 해빙 두께 추정 방법은 과거 다른 위성에서 확보한 자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자료는 20여 년 전부터 관측을 수행한 위성 자료로, 새로운 해빙 두께 추정 방법을 사용하면 지난 약 20년간의 겨울철 북극 해빙 두께도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면적 위주로 이뤄졌던 북극 해빙의 관측 범위를 두께로 확장 시켜 해빙의 부피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 새로운 추정 방법으로 수면 아래에 있는 해빙의 부피까지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라 북극 해빙의 부피가 얼마나 사라졌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여름철 북극 해빙의 두께를 산출하는 데 관련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여름철은 북극 해빙이 더위로 가장 많이 녹기 때문에 두께 변화가 가장 심하다. 새로운 두께 추정방법을 활용하면 여름철 북극 해빙의 변화를 보다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극지연구소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원격탐사 등 북극 연구에 꾸준히 매진해 왔고, 이를 기반으로 북극 해빙 두께를 계산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지원해 기후변화가 북극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술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Atomospheric and Oceanic Technology(대기와 해양기술)’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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