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선’ 고등어 수요 증가에 값 뛰고 ‘귀한 반찬’ 갈치는 소비 줄어 가격 내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9일 03시 00분


소비침체-고환율이 변화시킨 식탁 물가
고급과일 샤인머스캣도 값 하락

‘국민 생선’ 고등어 가격이 급등하고 ‘귀한 반찬’ 갈치 가격이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갈치는 1kg 도매가를 기준으로 고등어보다 평소 4배 넘게 비쌌지만 올해는 두 생선 가격 차이가 2배 이하로 좁혀졌다. 소비 침체와 고유가, 고환율 등 3중고가 닥치면서 한국인의 식탁이 바뀌고 있다.
○ 줄어든 갈치 소비, 급등한 고등어값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고등어 10kg 도매가(7일 기준)는 6만2880원으로 평년(4만2372원) 대비 48.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갈치 1kg 도매가는 평년(1만8026원)보다 50.6% 하락해 8900원이었다.

평년 갈치 가격이 고등어 가격의 4.2배(kg당 도매가 기준)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1.4배에 그칠 뿐이다. 고등어와 갈치 가격 차이도 올해 약 2600원으로 평년(약 1만3800원)의 ‘5분의 1 토막’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는 경기침체로 고급 생선인 갈치 수요가 줄어든 반면 고등어 수요가 증대된 영향이 크다. 한 대형마트 수산물 바이어는 “갈치는 어획량이 줄었지만 수요가 감소해 제주 등 주요 산지에 물량이 쌓이면서 시세가 떨어졌다”며 “반면 장바구니 부담이 작은 고등어는 수요가 늘며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9월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전복 출하량이 전월보다 37%나 줄었는데도 산지 가격(8∼12마리)은 약 4% 오르는 데 그쳤다. ‘전복=비싼 선물’이라는 인식에 ‘가성비’ 추석 선물 선호도가 높아지며 전복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 따른 것이다.

경기침체로 고급 과일 시세도 떨어지고 있다. 샤인머스캣은 최근 수요가 줄며 가격이 내림세다. 7일 기준 샤인머스캣 도매가(2kg)는 1만7440원으로 평년(2만5708원) 대비 32% 떨어졌다. 대형마트 과일 바이어는 “최근 몇 년간 샤인머스캣 인기가 급등하며 재배 면적이 늘었지만 소비자 지갑이 얇아지며 수요는 되레 줄었다”며 “사과 등 후식용 과일 소비를 전반적으로 줄이고 바나나, 토마토 등 대용식 과일만 사먹는 추세”라고 말했다.
○ 고유가·고환율도 가격 오름세 부추겨
고유가·고환율 여파도 고등어값 급등세를 부추겼다. 10∼11월은 통상 국내산 냉동 고등어 비축 물량이 소진돼 생물·수입 고등어로 수요가 몰리는데, 올해는 유류비 인건비 상승으로 해상 운임비가 급등한 데다 환율까지 오르며 노르웨이산 고등어 공급이 감소했다. 지난달 고등어 수입량은 전월 대비 69% 급감했다.

노르웨이에서 수입하는 연어 역시 연초부터 유가, 환율 상승 여파가 이어지는 추세다. 냉동 연어의 수입 단가는 지난해보다 100% 이상 폭등했다. 수입 물량이 30% 이상 줄며 지난달 24∼29일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연어 1kg 평균 시세는 1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1만1000원) 대비 45% 급등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소비자 지갑을 닫고 침체된 소비가 다시 물가를 올리는 연쇄 작용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식탁 물가#갈치#고등어#고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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