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민간분쟁 조정률 91%… ‘분심위’가 소송 대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0일 03시 00분


박세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세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보험은 금융업 가운데 민원과 분쟁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보험은 무형의 보험금을 ‘지급 약속’하고, 우연한 사고라는 ‘지급 사유’가 발생해야 소비자가 상품의 품질과 성능을 알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자동차 소유자가 의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은 교통사고 이후에야 품질과 성능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원과 분쟁이 여지없이 뒤따른다. 사고와 분쟁을 피할 수 없다면 발생한 분쟁을 얼마나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총 126만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중 당사자 간 과실비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진 게 11만 건이다.

물론 합의가 되지 않을 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모든 분쟁을 법원의 판단에 맡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소송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소액 사건이 대부분인 교통사고 분쟁에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이에 따라 소송 이외에 분쟁 해결 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분심위)가 탄생했다.

분심위는 과실비율 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특별 지시에 따라 2007년 4월 설립돼 올해로 16년차에 접어든 민간 분쟁해결 기구이다. 숙련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50명의 변호사가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약 73만 건의 과실비율 분쟁 심의를 수행했다.

소비자의 심의결정 수용률은 지난해 91.4%로 매우 높다. 10명 중 9명이 심의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민간 분쟁해결 기구로서 분심위가 성공적으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분심위가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와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관리와 노력을 지속한 결과다.

이 같은 분쟁 조정 문화는 과도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소송 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다. 사고 당사자들의 적대적 대립보다 호의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해외에서도 이런 사회적 순기능을 고려해 ‘대안적 분쟁해결’(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보험업법에 근거를 둔 손해보험협회의 ADR센터나 일본변호사연합회의 교통사고상담센터 등을 통해 재판 이외의 분쟁해결 제도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한국의 분심위도 ADR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ADR 지정과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일조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최근엔 보상 과정에서 서비스 품질 향상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커졌고 블랙박스 보급으로 인해 분심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더욱 신속하고 공정한 심의 처리를 이어가 신뢰받는 민간 분쟁해결 기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민간분쟁#분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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