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가 올해 3분기(7∼9월)에도 엔데믹 특수를 타고 일제히 호실적을 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침체 우려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외출과 레저 관련 소비가 급증한 데다 마진이 높은 명품 등의 매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다만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는 4분기 이후 실적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 보복소비 특수에 백화점 ‘나 홀로’ 호실적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올 3분기 매출액은 60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었다. 영업이익은 50.5% 늘어난 1094억 원이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이 각각 17.3%(7689억 원), 13.2%(5607억 원)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분기 210억 원 적자에서 1089억 원 흑자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이 965억 원으로 64.6% 급증했다.
이는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유통업체들이 최근 경기침체 등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한 것과 대비된다. 통계청 소매판매통계에 따르면 3분기 백화점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16.3% 증가했지만 대형마트는 1.5%, 슈퍼마켓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면세점은 0.5% 감소했다.
백화점이 3분기 ‘나 홀로 호황’을 누린 것은 패션·잡화, 아웃도어 등 외출과 레저 품목 특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통상 3분기는 패션 상품의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올해는 소비침체 우려까지 나왔지만 외출이 늘며 보복소비 효과를 봤다”고 했다. 백화점 3사의 3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적게는 2%, 많게는 7% 하락하는 데에 그쳐 여름휴가 준비, 혼수품 장만 등 지출이 몰리는 2분기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렸다.
명품 등과 비교해 마진율이 높은 상품 판매가 늘어난 것도 실적 개선에 한몫을 했다. 패션, 아웃도어, 향수 등은 백화점 내 고마진 품목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은 여성패션(26%), 남성·스포츠·아동(19%), 잡화(19%) 등 매출이, 신세계백화점은 골프웨어(34%), 남녀패션(30%) 등 매출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 광역상권까지 뻗었지만 4분기 전망은 불투명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여행객이 몰리면서 광역상권 발길까지 모은 영향도 있다. 이는 올 3분기 기존 명품 특수를 누리던 핵심 점포 이외 점포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 데서 드러난다.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매출이 24%, 대구점이 18.8% 늘면서 강남점(15%), 본점(13%) 등 실적을 웃돌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센텀시티점은 해운대를 찾은 관광객 매출이 가세했을 것”이라며 “엔데믹 이후 이동이 늘며 지방 거점 점포를 찾는 광역상권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는 4분기 이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기 악화에 좌우되지 않는 VIP 고객이 전체 매출 30∼40%를 차지하는 만큼 매출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나온다. 다만 백화점을 찾는 중산층이 줄어들 경우 영업이익은 악화할 우려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산층이 지갑을 닫으면 대중패션, 아웃도어 등 영업이익을 결정하는 품목에선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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