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미국의 FTX가 유동성 위기로 사업 매각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코인 시장이 또다시 공포에 짓눌렸다. FTX가 자체 발행한 코인은 80% 이상 급락했고 가상자산 대표주자인 비트코인도 10% 넘게 하락했다.
올 들어 세계 각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의 겨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1.49% 하락한 1만8174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8000달러대로 떨어진 건 2020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16% 급락해 1323달러에 거래됐고 FTX가 주로 거래를 지원한 솔라나도 25% 폭락했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은 8.97% 하락한 2595만 원에 거래됐다.
FTX에서 불거진 유동성 위기가 이번 폭락의 뇌관이 됐다. 최근 FTX의 자회사인 벤처캐피털 ‘알라메다’의 재무제표상 자산 대부분이 FTX의 자체 코인 ‘FTT토큰’으로 이뤄진 것이 드러나면서 두 회사의 재정 부실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 시간) FTX의 불확실한 코인 거래 구조를 이유로 자사가 보유한 FTT토큰 5억8000만 달러어치를 모두 팔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FTX에서 뱅크런(고객이 코인을 한꺼번에 인출)이 발생했고 시장 전반이 요동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FTX의 유동성 위기는 가상자산 생태계를 궤멸시킨 루나·테라 사태 이후 또 한 번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했다.
자오창펑 CEO가 8일(현지 시간) “FTX가 유동성 부족 사태에 직면에 도움을 요청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미국 법인을 제외한 FTX의 모든 사업을 인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거래 성사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FTX 외에도 규제 사각지대에서 ‘깜깜이’로 운영 중인 거래소들이 많아 언제든지 유사한 형태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USDC의 발행사인 서클의 제러미 알레어 CEO는 “이번 약세장에서 업계의 수많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며 “투명성 부족, 불명확한 거래 상대자, 투기성 토큰 기반의 부실 경영 등이 이런 사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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