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경제팀의 초대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취임하자마자 복합위기 속 물가와 민생 등 당면현안 대응에 진력한 그는 금융시장이 혼란한 상황에 통화·금융당국 수장과 스킨십을 강화하며 대책마련에 한목소리를 냈다. 최근의 ‘레고랜드 사태’ 속 50조원 이상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도 이들 수장과 머리를 맞대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갈등 등 최악의 대외환경으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 꺾이며 경상수지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단기자금시장 경색에다 내년도 예산안, 세제개편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야당 반대로 불투명하다는 점도 추 부총리 앞에 놓인 과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5월10일 업무를 시작한 추 부총리는 10일로 취임 반년째를 맞는다.
추 부총리는 취임 직후인 5월11일 밤 기재부 간부들과 도시락 만찬을 하며 첫 지시로 부내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 위기 대응에 총력전을 펴왔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지난 7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인 6.3%까지 급등하자 농축산물 할당관세 확대와 할인쿠폰, 유류세 인하폭 확대 등 여러 차례 민생대책을 내놓으며 대응했다.
이후 8월부터 석달간 물가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며 시장에선 7월이 물가 정점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유가가 진정되며 석유류 제품 가격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다.
그러나 외식 등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여전하고 공공요금 인상 여파도 있어 내년 3월까지 5%대 고물가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추 부총리도 9일 한 언론사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은 7월이 정점”이라면서도 “상승률 둔화가 매우 완만해 내년 초까지는 5%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고물가에 미국의 긴축 기조 지속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인상 기조가 계속될 확률이 높다. 이는 서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가 커진 상황에 이자부담을 키워 올해 한국경제를 떠받쳐온 소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경기둔화 흐름이 완연한 가운데 금리인상이 침체 속도를 높이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추 부총리에겐 부담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으나 국내외 주요 기관은 최근 수정전망에서 1%대 성장도 관측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내달 경제전망에서 전망치를 어느 정도 내릴지를 두고도 고심 중이다.
코로나19에서도 한국경제 ‘엔진’ 역할을 해온 수출도 세계경기 둔화 여파로 지난달 2년 만에 감소(-5.7%)로 돌아서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올해 남은 월별 경상수지나 내년 연간 경상수지에서 적자가 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서 경상수지는 수출 성장률이 뒷받침해왔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의 국회 통과도 추 부총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추 부총리는 국회에서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2일) 내 통과와 함께 지난 9일엔 “정부 원안대로 심의의결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 지원 예산 등 ‘민생예산’ 증액과 한 세트로 법인세·종합부동산세 감면이 골자인 세제개편안은 ‘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사상 첫 ‘준예산 사태’ 초래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추 부총리는 일단 야당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 회복 요구엔 지난 7일 “늘리는 부분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물러섰다. 이와 함께 ‘이태원 참사’로 중요성이 부각된 안전예산 증액 등을 두고도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추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안 통과 및 세제개편안 처리에 주력하면서 규제혁신, 구조개혁 과제도 추진해갈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말 간부회의에서 “내년 세계경제 전망이 악화하며 우리 경제의 엄중한 상황도 지속될 것이며 특히 내년 상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실기하지 않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적기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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