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은 기업가뿐 아니라 역사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 알리고자 ‘6·25전쟁 1129일’ ‘광복 1775일’ ‘미명(未明) 36년 12768일’ ‘여명 135년 48701일’ ‘우정체로 쓴 조선개국 385년’이라는 역사서를 저술해왔다.
이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저서는 ‘6·25전쟁 1129일’이다. 이 회장은 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25일부터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까지 1129일간 일어난 사실을 수집해 책으로 엮었다. 책은 우정체(宇庭體) 기술 방식으로 집필했다. 우정체는 세계사의 중심을 한국에 두고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을 배제한 채 양·음력과 간지(干支), 요일, 일기를 그대로 나열하는 편년체(編年體) 형식의 기술 방식을 말한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일 수 있지만 본질인 사실은 바뀔 수 없다’는 이 회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이 책은 국문과 영문본을 합쳐 무려 1000만부 넘게 발간됐다. 후대에 역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이 회장이 사저를 들여 군부대, 학교, 도서관, 박물관, 심지어는 해외 참전용사와 후손에게까지 책을 나누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발간한 책이 됐다. 지금도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는 국내외의 모든 방문객들에게 이 책이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이 회장은 출간 당시 6·25전쟁이 북침인지 남침인지를 논해야 한다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6·25전쟁에 대해 우리 사회는 특이한 잣대를 하나 지니고 있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명백한 역사인 6·25전쟁을 이념적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내년이면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 70주년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북침, 남침 논쟁과 용어의 혼란이 반복되는 이유다.
6·25전쟁에 대한 학계의 각종 ‘주의’ 역시 혼란을 가중시켜왔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에 의해 시작된 수정주의가 있다. 수정주의는 6·25전쟁이 남침이 아닌 한반도 분단의 균열이 내전형태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회장의 생각처럼 대한민국의 번영은 휴전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 세워졌으며 이 번영을 이끌어나가야 할 청년층은 끝나지 않은 전쟁인 ‘6.25전쟁’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지녀야 한다. 이 사회의 모든 청년들이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라도 ‘6·25전쟁 1129일’의 일독을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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