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년 성장률 2.3→1.8% 하향…물가 3.2% ‘높은 상승세’ 지속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10일 12시 38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출 증가세 둔화와 투자 부진 등으로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가 1.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3.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올해보다는 상승 폭이 축소되겠으나 내년에도 여전히 물가안정목표 2.0%를 웃도는 높은 상승세가 지속될 거라는 판단이다.

KDI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속화되거나 국내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를 경우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더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 성장률 1%대로 낮춰…직전 전망보다 0.5%p↓

KDI는 1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 2.3%보다도 0.5%포인트(p) 눈높이를 낮췄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금리상승으로 인해 수출과 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전망치는 정부가 지난 6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제시한 성장률 목표치 2.6%보다 0.8%p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2.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 한국은행(2.1%), 국회예산정책처(2.1%) 국제통화기금(IMF·2.0%),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1.9%)보다도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 성장률은 대외여건 악화, 투자와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 둔화, 금리 인상을 반영했다”며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가장 많이 둔화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서서히 회복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잠재성장률 2%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경기침체로까지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내년 물가 3.2% 상승…수출 1.6% 증가 ‘부진한 흐름’

내년 소비자물가는 3.2% 상승할 것으로 봤다. 지난 5월 전망치 2.2%보다 1.0%p 상향 조정했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올해(5.1%)보다는 상승 폭이 축소되겠으나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2%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내년 원유 도입단가(두바이유 기준)가 올해 98달러보다 15% 정도 하락한 배럴당 84달러 내외를 기록할 거라는 계산을 전제로 했다.

근원물가는 경기 둔화로 인해 올해(3.6%)보다 상승 폭이 축소된 3.3%로 예상했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를 의미한다.

정 실장은 “에너지 가격, 곡물 가격 등이 예상보다 더 물가에 반영되면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렸다”며 “물가안정목표 2%를 상당 폭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2% 중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간 소비는 내년 3.1%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코로나19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며 서비스 소비가 회복되겠지만, 고물가로 인한 실질 구매력 저하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재화 소비가 둔화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0.7%의 낮은 증가율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 역시 주택시장 부진과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인해 0.2% 증가에 그치는 등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국가 간 인적 이동 확대로 서비스 수출이 회복되겠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상품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1.6% 증가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된다. 상품 수출은 반도체를 비롯한 ICT를 중심으로 1.0%의 낮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수입은 해외여행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겠으나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상품 수입이 크게 둔화하면서 2.8%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는 16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거라고 제시했다. 상품수지는 국제유가 안정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며 170억 달러 흑자를 보이겠지만 서비스·본원·이전소득수지는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본격화되면서 1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내년에도 양호한 고용 여건이 유지되겠으나 기저효과와 고령화로 인해 취업자 수는 올해 79만 명보다 대폭 축소된 8만 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실업률은 내년에도 3.3%의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점쳤다.

◆올해 물가 5.1%↑…“가파른 금리인상 시 경기둔화 심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2.7%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보다 0.1%p 낮은 수준이다. 민간 소비는 4.7% 증가하며 양호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설비투자(-3.7%)와 건설투자(-3.0%)가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는 5.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KDI 전망대로라면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근원물가는 3.6%로 예측했다.

올해 수출은 4.3% 증가하며 전년(10.8%)보다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230억 달러 흑자를 점쳤다. 고용시장은 회복 흐름이 지속되며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79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속화되거나 글로벌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더욱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돼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 중국경기가 제로코로나 정책과 부동산시장 위축 등으로 급락할 경우 우리 수출이 둔화될 수 있으며 중국의 생산 차질이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지면서 하방 위험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내적으로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거나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에도 경기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민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경기에 작지 않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하고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는 가운데 건설업체의 자금경색이 광범위하게 발생할 경우 건설투자의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도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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