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11월 11일은 홀로 설 수 있는 숫자인 1자가 365일 중 가장 많고, 또 4개의 1자가 기둥이 되어 세상을 균형 있게 떠받치는 안정감이 느껴지는 날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긴 막대기 과자를 나누는 날을 연상하지만, 11월 11일은 국가가 지정한 지 27년째인 ‘농업인의 날’이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세상의 근본을 담고,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농업인의 날로 제정하였다.
역사자료에는 고구려의 건국 때부터, 조선시대의 왕들까지 농사를 권하는 날을 매우 중요시하였으며, 신라시대부터 토지의 신과 곡물의 신을 상징하는 사직단을 만들어 국가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맹자는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이고 임금은 여기에 비해 가벼운 존재”라고 할 만큼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농업이 국가의 근본이었다.
그러나 배고픈 보릿고개를 넘어 산업화가 우선시되면서, WTO, FTA등 국제 통상의 협상 때마다 핸드폰과 자동차의 수출을 위해, 쌀, 소고기, 과일 등 우리 농촌의 생존 작물의 수입은, 농업인들이 미처 준비하고 적응할 겨를도 없이 최우선적으로 개방되었다. 그 결과로 떨어진 농업 경쟁력을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우리 농업은 경쟁력이 부족하다’라고 표현한다.
매년 국가 예산은 증가했지만 농업 예산은 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농업인구는 10년 새 41.6%가 감소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 국민의 4.3%가 농업에 종사하고 전체인구의 약 4분의 1이 농어촌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도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농업과 농수산물을 기반으로 살아간다.
예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가 지도자들의 관심이 단순히 저울로 잴 수 있는 지식만을 기준으로 결정된다면, 우리는 물을 얻기 위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사람의 치료를 위해, 들판이 주던 정서를 대신 얻기 위해, 우리 후손들은 우리를 원망하며 더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국가의 관심과 의지만큼은 농업을 향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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