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50조원 이상 유동성 공급 대책에도 한 번 몰아친 단기 자금시장 경색 여건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올해 초보다 4배 넘게 확대돼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1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이날 오전 11시30분 5.07%로 전일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09년 1월14일(5.17%) 이후 최고치로 전날 5.0%를 넘어선 뒤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반면 CD 금리는 8거래일 연속 3.97%를 유지하고 있다. CP 금리만 꾸준히 올라 두 금리 격차는 1.1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 1월3일만 해도 CP·CD 금리 스프레드는 0.25%포인트에 불과했다. 이와 비교하면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눈에 띄게 확대된 것이다.
신용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CP·CD는 각 기업, 은행 신용도를 나타낸다. 스프레드 확대는 기업 신용 위험이 은행보다 커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중앙은행 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데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상대적으로 발행이 수월한 CP 시장으로 몰렸다.
금투협 장외채권시장 동향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미매각율은 33.4%를 기록했다. AA등급 이상에서만 10건, A등급에서 2건, BBB등급 이하에서 2건 미매각이 발생했다. 회사채 발행 규모도 크레딧 시장 경색 등으로 전월(5조3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 줄어든 3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CP 금리 특성상 시세가 늦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어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반영되기 전까지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금리 상승기 신용도와 유동성이 낮은 크레딧물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통화정책 변화, 그 중심에는 크레딧 시장이 있고 금리 인상이 계속될수록 제2, 제3의 레고랜드 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연말로 갈수록 기업들의 유동성 여건 악화로 수요 위축이 가속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내외 통화 긴축 강화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기간 내 신용채권시장 위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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