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로 내려잡았다. 수출이 꺾이고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본 것이다. 민간에 이어 국책연구기관도 1%대 성장률 전망에 가세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10일 KDI는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전년 대비)를 기존 2.3%에서 1.8%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경제연구원(1.9%) 등 민간 연구소가 1%대 전망치를 잇달아 내놓았지만 국책연구기관이 이에 동참한 건 처음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5%, 2.1%로 전망했지만 조만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 이후 한국경제가 1%대 성장률을 기록한 건 네 차례의 경제위기 때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0.8% 성장했고 오일쇼크가 덮친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코로나가 확산된 2020년(―0.7%)에는 역(逆)성장했다.
KDI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수출 증가율이 올해 4.3%에서 내년 1.6%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올해 ―3.7%에 이어 내년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79만 명에서 내년 8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둔화에도 내년 소비자물가는 3.2%로 한은 목표치(2%)를 상회하는 고물가가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5.1%)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국제 유가 하락세가 반영된 수치다. 올 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4.7% 늘어난 민간소비는 고물가 영향으로 내년 3.1%로 내려앉을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내년에 경기 둔화와 고물가가 겹치겠지만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에 경기침체까지는 아니고 경기둔화 정도이고 물가상승률도 연간 3.2%이지만 하반기로 가면 2.5%여서 이것만 갖고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분명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KDI는 내년 경기를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한다고 제안했다. KDI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둔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미국과 유로존에서 정책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고 있으나 우리 경제의 여건을 감안하면 그와 같은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각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부채 위험을 반영해 기존 전망치(3.6%)보다 1.2%포인트 내려 잡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 인상과 재정긴축 속도를 적절히 늦추는 등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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