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은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할 때마다 다른 업계와 이해 충돌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중재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를 몇 년째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면서 혁신을 가로막는 일이 잦다.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사들은 저성장, 고령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헬스케어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생명의 ‘더헬스’ KB손해보험의 ‘오케어’ 등 대형 보험사들마다 헬스케어 플랫폼을 하나씩은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서비스는 고객 걸음 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인공지능(AI)이 운동자세를 교정해주는 등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사 의료행위 우려 등을 구실로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보험사들이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건강보험공단의 의료 데이터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보험사들의 의료 관련 서비스가 날개를 달고 있다. 중국 핑안보험은 헬스케어 플랫폼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검진, 질병위험 분석 등도 해준다. 글로벌 보험사 악사(AXA), 벨기에 보험사 AG 등도 의약품 배송, 노년층을 위한 가사노동, 건강검진 예약 서비스 등을 해준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의 의료데이터 활용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가 이해 당사자 간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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