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근무체계 바뀐 뒤, 올해 철도사고 2배로 늘었다
현장인력 모자라고 숙련도 저하… 사고 月 1.31건 → 2.38건으로 급증
올해 들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철도 사고가 예년 대비 약 2배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력 충원을 하지 않고 노조 요구에 따라 근무 강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근무 체계를 바꾸면서 현장 인력 부족과 숙련도 저하가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레일의 철도 교통사고는 한 달에 4.46건꼴로 발생했다. 자살이 대부분인 ‘기타’ 항목을 제외하면 코레일에서 한 달에 2.38건씩 사고가 터진 셈이다. 이는 평소 코레일 사고 발생 건수와 비교하면 급등한 수준이다. 손병석 전 코레일 사장의 재임 기간(2019년 3월∼지난해 7월) 철도 사고(기타 항목 제외)는 월평균 1.31건, 그 전 오영식 사장 재임 기간(2018년 2∼12월)은 월평균 1.0건에 그친다.
코레일은 지난해 10월 내부에서 “근무 체계 변화로 현장 인력 숙련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지만, 이후에도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잇따른 안전사고에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코레일의 무사안일주의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철도 교통시스템 안전을 조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철도사고 2배로
노조 요구 ‘4조 2교대’ 올 확대 적용 신입들 업무환경 숙지 못한채 투입 이달 사고 3건… 올 사망사고도 4건 국토부 “리더십-조직체계 전면쇄신”
10일 오후 1시경 포항발 서울행 KTX산천 열차가 천안아산역 인근에서 차량 장애로 멈추면서 열차 운행이 40분가량 지연됐다. 이달 들어서만 3번째 철도 사고다. 5일 오봉역에서 코레일 직원이 작업 도중 목숨을 잃었고 6일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사고가 났다.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코레일에서 터진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오봉역 사고를 포함해 총 4건이다. 3월 대전 소재 열차 검수고에서 객차 하부와 레일 사이에 끼인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숨졌고, 7월 서울 중랑역 승강장 인근에서 배수로 점검 중이던 근로자가 열차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9월에도 경기 고양시 정발산역에서 스크린도어 부품을 교체하던 근로자가 열차에 부딪혀 치료를 받다가 지난달 숨졌다.
○ 근무체계 바뀌며 현장 작업자 수 줄어
전문가들은 올해 코레일 철도사고가 유달리 잦은 이유로 올해 본격 도입된 ‘4조 2교대’ 근무체계를 꼽는다. 코레일은 오영식 전 사장 시절인 2018년 근무 강도를 낮춰달라는 노조 요구에 따라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근무 체계를 바꾸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3조 2교대는 6일 단위로 주간 2일, 야간 2일 등 4일 연속 근무한 뒤 이틀을 쉰다. 4조 2교대는 4일 단위로 주간, 야간 하루씩 근무한 뒤 이틀을 쉬기 때문에 근무 강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 근무 체계는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 올해부터 확대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근무체계 변경에 따른 필요 인력이 확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코레일은 노사 합의 뒤인 2019년에야 필요 인력을 뒤늦게 조사해 1800명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체계 변경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분석도 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노사 합의를 먼저 한 것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인력 확충이 될 때까지 시행 시기를 미뤄야 했지만 노조 반발 등으로 확충 없이 근무체계 변경이 먼저 이뤄졌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듬해인 2020년에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인력 확충을 요청했지만 인력 확충은 사실상 무산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근무체계 변경 시행 시기를 2020년 1월에서 2020년 8월로 미루며 관련 부처에 인력 확충을 요청했지만 충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충원 자체가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오봉역의 경우 인력 확충 없이 4조 2교대 근무가 본격 시행되자 1조당 작업자 수는 16명에서 13명으로 줄어들었다. 오봉역에서 사망한 근로자 역시 원래 3인 1조로 하는 작업을 2인 1조로 수행하다 사고를 당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입환(열차의 분리, 결합 등) 사고 종합 예방대책’ 보고서는 “4조 2교대로의 근무체계 변경으로 수송원 중 신규 입사자 비중이 높아 업무 숙련도가 저하되고 있다”며 “입환 시행역의 입환 환경(건널목, 곡선반경 등)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될 위험도 있다”고 명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나왔다. 4조 2교대 시행으로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셈이다.
○ 설비 노후화도 문제…국토부 “전면 쇄신 추진”
노후화된 철도 설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열차 속도는 계속 빨라지는 반면, 철도 설비는 계속 낡아가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장 코레일의 4조 2교대 근무체계를 다시 3조 2교대로 되돌리거나, 철도 안전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특별점검과 감사로 코레일 전면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 리더십부터 현장 직원 노하우 부족까지 조직 체계 전반의 문제가 복합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어떤 실수에도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안전설비 투자를 대폭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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