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게 얼마 만인지 데이터를 찾아보게 되는 아침입니다.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폭등하며 마감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다우지수 3.70%, S&P500지수 5.54%, 나스닥은 7.35% 올랐네요. 모두 2020년 이후 2년 여 만에 최고 상승률 기록이라고 합니다.
불과 하루 전까지도 중간선거에서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가 오지 않았다며 증시엔 냉기가 돌았는데요. 역시나 선거보다 진짜 중요한 건 물가였습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7.7%. 시장 추정치(7.9%)보다 낮았을 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7%대로 돌아왔는데요. 9월에 ‘40년 만에 최고치’인 6.6%를 기록했던 근원 CPI(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제외) 상승률 역시 10월엔 6.3%로 내려왔습니다. 이에 증시는 모든 것이 오르는 ‘안도 랠리’가 펼쳐졌고요.
왜 이렇게 증시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수치에 민감한지는 아시겠죠. 미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거란 기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즉, 12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만 올리면서 본격적인 속도조절에 나설 것 같아서 입니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향후 몇 달 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본다. 그간 누적된 긴축을 고려한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일단 월가는 환호했는데요. 이날의 코멘트를 몇 개 모아보자면.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스위스쿼트뱅크 수석분석가) “할렐루야! 마침내 미국 인플레이션에서 강한 비트를 보았습니다. 헤드라인과 코어 수치가 모두 예상보다 낮습니다. ‘소프트 인플레이션’은 시장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습니다.”
길러모 헤난데즈 샘피어(MPPM 거래책임자) “피봇파티가 당장 시작되고, ‘숏 스퀴즈(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급하게 주식을 사들이는 것)’가 랠리에 불을 붙일 겁니다. 남아있는 현금이 작동한다면 우리는 저점을 보게 됩니다.(숏 스퀴즈가 이어지면 주가가 바닥을 칠 거라는 뜻)”
제임스 애티(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 투자 이사) “주식은 이걸 좋아하고, 바통을 쥐고 계속 달릴 겁니다. 이것이 디스인플레이션 초기단계에서 연준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주식이 너무 거품을 일으키면 ‘Fed speak(연준의 발언)’를 조심하세요.”
물론 아직 막 달릴 때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상당합니다. 마크 헐버트 마켓워치 칼럼니스트는 “열정을 억제하라. 대부분 큰 일일 랠리는 약세장에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71년 이후 나스닥지수가 하루에 6% 이상 오른 거래일은 26일인데 이 중 20일이 약세장이었다는 건데요. 본래 약세장에선 희소식이 조금이라도 들리면 투자자들이 아주 열성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완전히 절망에 빠져 항복하기 전까진 말이죠. 즉, ‘폭발적인 랠리=강세장 전환의 신호’가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의 하니 레드하 매니저는 더 시니컬하네요. “여름에 보았듯이 시장이 두번째로 ‘거짓 새벽’을 맞이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7월에도 지금과 비슷한 이유(물가 정점 통과)로 증시가 반짝 상승한 적이 있다는 거죠.
반짝하고 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10일 주요 종목들의 상승률을 기록해 보겠습니다. 애플 8.9%, 마이크로소프트 8.23%, 아마존 12.18%, 테슬라 7.39%, 엔비디아 14.33%.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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