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올 3분기(7∼9월) 7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올해 들어 매 분기마다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를 뛰어넘는 적자를 이어가며 9월까지 누적 적자는 21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한전이 30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 사상 첫 6개 분기 연속 적자
11일 한전에 따르면 올 3분기 영업손실(잠정치·연결 기준)은 7조5309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9개월간의 적자만 21조8342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적자(5조8542억 원)의 약 3.7배다. 한전이 6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간 것은 설립 이후 처음이다.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는 전기를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겐 싸게 파는 역(逆)마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기준이 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올해 1∼9월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77.4원으로 전년(83.3원)의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발전에 쓰이는 연료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반면 한전의 전력 판매 단가는 kWh당 116.4원에 그쳤다. 산술적으로 한전은 전력 1kWh를 팔 때마다 61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전기요금이 kWh당 19.3원(주택용 기준) 올랐는데도 전기를 많이 팔수록 손실이 많아진다.
○ “전기요금, 올해만큼 더 올려야 할지도”
겨울로 접어들며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전은 올 4분기(10∼12월)에도 조(兆) 단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에도 SMP는 평균 253.25원으로 사상 최대를 보였고, 한국과 일본의 LNG 수입 가격 지표인 동북아지역 천연가스(JKM) 현물 가격도 지난달 MMBtu(열량 단위)당 53.38달러로 오름세였다. 증권가의 한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8조4486억 원 적자이다. 실제로 이만큼의 적자를 내면 한전의 연간 적자는 30조 원이 넘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내년에도 국제 연료 가격 상황이 급격하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며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 달 말 내년에 적용할 기준 연료비, 기후환경요금 등을 발표한다. 전기요금 단가를 구성하는 여러 항목 중 하나인 기준 연료비는 연료 가격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올해 기준 연료비는 두 차례에 걸쳐 kWh당 총 9.8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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