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비즈니스회의(B20 서밋)’의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정 회장은 탄소중립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화두로 떠오른 이 시대에 산업계와 정·관계가 힘을 합쳐 지속가능한 미래 구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전에 열리는 B20 서밋은 G20 회원국의 경제단체 및 기업 대표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재계의 유엔총회’로도 불린다.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에서 13, 14일 이틀간 ‘혁신적, 포용적, 협력적 성장 촉진’이라는 테마로 열린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 쩡위췬 CATL 회장, 앤서니 탄 그랩 창업자 등 2000여 명의 재계 인사들이 참석한다.
○ 정의선, 탄소중립 위한 글로벌 리더 책임 역설
정 회장은 한국 기업인을 대표해 기조연설을 맡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표 중에서도 유일하게 무대에 올랐다. 정 회장이 기조연설을 한 곳은 ‘에너지, 지속가능성 및 기후, 금융, 인프라’ 세션이었다. 회의 주최국이 선정한 핵심 가치와 권장사항 실현 방안을 논의하는 4개 세션 중 하나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에너지 빈곤 및 공정하고 질서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란 주제로 7분가량 연설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 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재생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지만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며 “(정·관계를 포함한) 모두가 협력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2040년까지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전동화 차량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또 자동차 부품 구매부터 제조, 물류, 운행, 폐기 및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 사슬에서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의 발언은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투자를 글로벌 리더들이 강력히 지원해 줘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 회장은 “재생에너지에는 공급이나 저장에 대한 제약 등 여러 장벽이 있지만 수소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은 각자의 역할을 다해 전 세계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만 친환경 솔루션 도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번 행사는 2년 전 회장에 오른 이후 정 회장이 기후변화를 다루는 글로벌 비즈니스 정상회의에 발표자로 나서는 두 번째 자리다. 정 회장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P4G 녹색미래주간 10대 특별세션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연사로 나선 바 있다.
○ 현대차, 인도네시아 광물 기업과 MOU 체결도
정 회장의 이번 행사 참석은 현대차그룹의 인도네시아 현지 사업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부터 그룹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 최초의 생산 공장인 브카시 공장을 가동했다. 이 공장에서는 현지 전략 차종인 크레타와 아이오닉 5를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니켈 생산량의 37%가량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를 전기차 생산의 거점으로 낙점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도 건립하고 있다.
3월 브카시 공장 준공식에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참석해 정 회장을 만났다. 위도도 대통령은 7월 방한 시에도 정 회장을 별도로 만나는 등 현대차그룹의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현대차는 B20 서밋 개막 날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광물자원 생산 기업인 아다로미네랄과 알루미늄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계약으로 현대차는 아다로미네랄에서 생산하는 저탄소 알루미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 배터리셀 합작 공장 착공 등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인도네시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이번 MOU 체결로 아다로미네랄과 향후 소재와 친환경 분야 등에서도 추가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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