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퇴치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질환과 질환 간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예를 들어 암 환자는 치매에, 치매 환자는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건 알려졌지만 왜 그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치매에 걸리기 쉬운지, 아니면 반대로 잘 걸리지 않는지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질환 간 연결고리를 찾는 난제에 도전하는 연구 책임자인 이영호 난치성질환-질환 커뮤니케이션 융합클러스터장(KBSI 바이오융합연구부 책임연구원·사진)을 지난달 24일 충북 오창 소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서 만났다. 이 융합클러스터장은 “세계 최초로 암과 퇴행성 질환, 감염병 3대 질환 간 연결고리를 찾는 연구에 나선다”며 “연결고리를 찾는 일은 치료법을 찾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치성질환-질환 커뮤니케이션 융합클러스터(이하 클러스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 연구기관을 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지원하는 다학제 융합클러스터 연구개발 사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 검사 현장에서 변이 바이러스 여부를 15분 만에 판별하는 진단키트,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 후보물질 발굴 등의 성과를 낸 ‘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단(CEVI 융합연구단)’처럼 NST 산하 과학기술 분야 출연 연구기관이 역량을 모으는 형태로 운영된다.
클러스터는 융합연구를 통해 질환 간 연결고리를 찾는 게 목표다. 이 클러스터장이 소속된 KBSI가 주관 기관이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KAIST, 서울대병원, 서울보라매병원, 지아이바이옴, 지아이셀 등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을 비롯해 미국 존스홉킨스대, 영국 칼리지런던대,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등 해외 유명 기관들까지 31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 클러스터장은 “최종적으로 치료제나 질환 발병을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등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이 정도 규모로 융합연구단이 짜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클러스터장은 질환과 질환 간 연결고리 근간으로 단백질을 꼽고 있다. 단백질 분석 전문가인 그는 “치매 등 여러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피브릴이란 응집체는 단백질이 구조 변형을 일으키며 축적된다”며 “이 축적이 일어나면 암 세포 증식을 막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치매 환자가 암에 걸리지 않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연결고리를 구체적으로 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클러스터장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치매를 유발한다’ 혹은 ‘유발하지 않는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들이 최근 등장하고 있다. 결론은 다르지만 두 질환 간 분명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클러스터장은 “연결고리 연구는 코로나19 혹은 치매를 치료하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러스터 사업은 7월 시작됐다. 바이오 기업이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기초 연구 성과가 나오면 바로 상용화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클러스터장은 “국내에는 아직 이러한 질환 간 질환 커뮤니케이션을 증빙할 수 있는 확실한 기전 연구가 부족하다”며 “내년 6월까지 어떤 특정 질환에 대한 연구를 할지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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