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결고리에 치료제 개발 열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4일 03시 00분


기초과학지원연의 난제 도전
감염병 포함 3대 질환 연관성
국내외 31개 기관과 융합연구

병을 퇴치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질환과 질환 간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예를 들어 암 환자는 치매에, 치매 환자는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건 알려졌지만 왜 그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치매에 걸리기 쉬운지, 아니면 반대로 잘 걸리지 않는지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질환 간 연결고리를 찾는 난제에 도전하는 연구 책임자인 이영호 난치성질환-질환 커뮤니케이션 융합클러스터장(KBSI 바이오융합연구부 책임연구원·사진)을 지난달 24일 충북 오창 소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서 만났다. 이 융합클러스터장은 “세계 최초로 암과 퇴행성 질환, 감염병 3대 질환 간 연결고리를 찾는 연구에 나선다”며 “연결고리를 찾는 일은 치료법을 찾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치성질환-질환 커뮤니케이션 융합클러스터(이하 클러스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 연구기관을 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지원하는 다학제 융합클러스터 연구개발 사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 검사 현장에서 변이 바이러스 여부를 15분 만에 판별하는 진단키트,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 후보물질 발굴 등의 성과를 낸 ‘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단(CEVI 융합연구단)’처럼 NST 산하 과학기술 분야 출연 연구기관이 역량을 모으는 형태로 운영된다.

클러스터는 융합연구를 통해 질환 간 연결고리를 찾는 게 목표다. 이 클러스터장이 소속된 KBSI가 주관 기관이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KAIST, 서울대병원, 서울보라매병원, 지아이바이옴, 지아이셀 등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을 비롯해 미국 존스홉킨스대, 영국 칼리지런던대,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등 해외 유명 기관들까지 31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 클러스터장은 “최종적으로 치료제나 질환 발병을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등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이 정도 규모로 융합연구단이 짜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클러스터장은 질환과 질환 간 연결고리 근간으로 단백질을 꼽고 있다. 단백질 분석 전문가인 그는 “치매 등 여러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피브릴이란 응집체는 단백질이 구조 변형을 일으키며 축적된다”며 “이 축적이 일어나면 암 세포 증식을 막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치매 환자가 암에 걸리지 않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연결고리를 구체적으로 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클러스터장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치매를 유발한다’ 혹은 ‘유발하지 않는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들이 최근 등장하고 있다. 결론은 다르지만 두 질환 간 분명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클러스터장은 “연결고리 연구는 코로나19 혹은 치매를 치료하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러스터 사업은 7월 시작됐다. 바이오 기업이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기초 연구 성과가 나오면 바로 상용화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클러스터장은 “국내에는 아직 이러한 질환 간 질환 커뮤니케이션을 증빙할 수 있는 확실한 기전 연구가 부족하다”며 “내년 6월까지 어떤 특정 질환에 대한 연구를 할지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매#질환 간 연결고리#단백질#클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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