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굴 가격 상승률이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금(金)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명 ‘굴 까는 여사님’으로 불리는 박신(剝身)인력의 고령화가 심해진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까지 줄며 고질적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굴은 전년 동월 대비 20.2% 올랐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올해 8월만 해도 11.9%였던 굴 가격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9월 13.2%로 오른 데에 이어 지난달 20%대로 올라섰다. 특히 특품 굴 가격은 가락시장 도매가를 기준으로 1kg 당 1만1528원으로 지난해 11월(7438원)보다 54.9% 올랐다.
수산업계는 고질적인 인력난이 굴값 급등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굴 껍질을 까는 인력 고령화가 심해졌다. 굴은 껍질 까기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까면서도 알맹이가 훼손될 수 있어서 숙련도에 따라 작업 속도 차이가 크다. 주로 40~70대 여성들이 이 작업을 맡아왔는데 고령화로 최근 60~70대가 주를 이루게 됐다. 굴 제철(10월~3월)만 집중 고용하다보니 인력을 고정적으로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경남 거제 굴 업체 대표 A씨는 “한때 100명이 넘었던 박신 인력이 현재 60명대로 급감해 수요를 감당 못하고 있다”며 “고령화도 심해 60대면 젊은 축에 든다”고 말했다. 대체 노동력인 외국인 근로자들마저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었다.
인력난은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굴 생산량은 2020년 3만1181t에서 지난해 3만42t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10월 기준 1만7525t으로 생산량이 줄어 연간 생산량이 3만t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일부 작업장은 박신 자동화 장치를 도입하고 있지만 상용화에는 한계가 있다. 경남 통영에서 굴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B 씨는 “굴은 알맹이가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한데 기계 장비를 쓰면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 같은 수산물 선진국도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고질적인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굴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