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도 ‘5% 예금’ 시대… ‘금리 유목민’ 잡기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5일 03시 00분


농협-국민 14년만에 年5% 돌파
5대銀 예-적금 한달새 47조 늘어
저축은행은 6%대 예금 잇달아
금융권 수신금리 경쟁 불붙어

직장인 김모 씨(32·여)는 14일 1년 만기 정기예금 2개를 해지하고 새 예금으로 갈아탔다. 하나는 두 달 전 시중은행에서 연 금리 3%대에 가입한 상품이고, 다른 하나는 일주일 전 저축은행에서 연 이자 5%대 후반에 넣은 예금이다.

이날 시중은행에선 14년 만에 연 금리 5%대 예금이 나왔고, 저축은행에서도 일주일 새 연 6%대 상품이 많아졌다. 김 씨는 “몇 달 치 이자를 포기하고 새 상품에 가입해 연 1∼2% 이자를 더 받는 게 이득”이라며 “하루가 다르게 예·적금 금리가 뛰고 있어 매일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마저 ‘예금 금리 5%’ 시대를 열면서 금융권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를 0.1%포인트라도 더 주는 예·적금을 찾아 갈아타기를 하는 ‘금리 노마드족(유목민)’도 늘고 있다.
○ 시중은행 예금도 연 금리 5%대 진입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대표 상품인 ‘NH올원e예금’은 이날 기준 1년 만기상품에 연 5.10%의 금리를 제공했다. 9월 말(4.20%)과 비교하면 한 달 반 만에 0.9%포인트가 뛰었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도 지난주 연 4.96% 금리를 적용하다가 이날 5.01%로 올렸다.

우리은행의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전날 연 5.18%의 금리를 적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시중은행에서 연 5%대 예금이 나온 것이다. 주말에도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해 가입할 수 있어 금리 노마드족의 관심이 쏠렸다.

다만 우리은행은 시장금리를 반영해 매일 예금 금리를 조정하고 있어 이날 해당 상품 금리는 4.98%로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도 연 4.85%로 조만간 5%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예금은 별다른 조건 없이 제시된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동안 이어진 금리 상승세에도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연 3∼4%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은행이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자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다.
○ 은행 예·적금 800조 돌파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10월 말 현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847조2293억 원으로 한 달 새 47조 원이나 불었다. 올 들어선 157조1927억 원 급증한 규모다. 시중은행 예·적금이 800조 원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선 고금리 특판 상품을 제외하고도 연 6%대 예금이 일상화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5.49%에 이른다. 연 금리 6%가 넘는 상품도 12개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도 연 5%대 정기예금 시장에 가세하면서 예·적금 금리 경쟁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 업계는 조만간 연 7%대 정기예금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치솟는 예·적금 금리에 금리 노마드족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정기예금이나 적금은 중도 해지 이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남은 기간과 앞으로 금리를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금리 변동성이 큰 만큼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시중은행#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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