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공간에 머문 두 기자는 서로에게 편지를 씁니다. 힐링이 브랜드가 된 리조트에서 꾹꾹 눌러 쓴 그들의 진심이 독자에게 닿길 바라며.
파라스파라 서울
J에게
벌써 7월이네요. 휴가 계획은 세웠나요? 전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쉬고 싶은 생각뿐이에요. 그래서 이번 휴가는 북한산으로 정했어요. 그 누구보다 도시를 사랑하는 제가요.
북한산이 허락한 휴양지
파라스파라 서울은 북한산 자락 우이동에 있어요. 북한산은 서울에서 가장 높고 웅장하기로 유명하죠. 고구려를 떠난 온조와 비류가 살 만한 땅을 고를 때 북한산의 백운대에 올라서 서울을 살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파라스파라 서울이 완공되기 전까지 이러한 광활한 풍경엔 흠이 있었어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리조트(더파인트리앤스파) 공사가 표류했기 때문이죠. 다행히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골치 아픈 땅이 ‘핫플’로 탈바꿈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어요.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닌 곳. 파라스파라 서울에 온다면 공감할 거예요. 울창한 숲과 푸르른 잔디를 즐길 수 있는 서울 유일의 리조트니까요. 빌딩으로 가득한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도 자동차로 가득 찬 고속도로를 생각하면 망설이게 되잖아요. 스마트폰을 침대 위에 두고 자연에 몸과 마음을 내던지는 곳, 파라스파라 서울에서 휴식이 특별한 이유에요.
동네 뷰도 괜찮아요, 나름
입구를 따라 올라가면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나와요. 건물 이름은 더 라운드, 전반적으로 직선이 강조된 건물들 사이에서 홀로 곡선의 유려함이 전해집니다. 호텔과 리조트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로비가 있는 곳으로 높은 층고와 따듯한 색감의 목재로 넓고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더 라운드는 ‘만남의 광장’을 자처합니다. 북한산 포시즌 케이크나 파인 다이닝 등 먹는 것뿐만 아니라 수영, 사우나, 피트니스도 다 할 수 있거든요. 6층에 올라가면 루프탑 자쿠지도 있고요. 이곳은 계절마다 변하는 북한산의 모습을 담은 케이크 맛집이자 자연의 품 속에 안긴 마운틴 뷰 맛집이죠.
3층 피트니스가 그래요. 그대도 알잖아요, 제가 운동을 즐기는 성향이 아닌걸. 그럼에도 피트니스가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처음엔 테크노짐이랑 룰루레몬 제품에 눈길이 갔지만 러닝머신 바로 앞에 펼쳐진 뷰가 마음에 들더군요. 햇빛과 어우러져 빛나는 폭포, 천천히 음악을 감상하며 가벼운 러닝을 즐기면 운동할 맛 날 것 같아요. 이에 못지않게 2층 뷔페 우디 플레이트도 맛집이에요. 디저트뿐만 아니라 풍경까지요. 낮에 가길 추천해요. 해가 지면 근사한 숲의 녹음을 볼 수 없답니다.
4층과 5층에는 호텔 객실도 있어요. 파라스파라 서울은 총 14개의 동에 334개의 객실이 있어요. 이 중 3개동(102동, 103동, 114동)의 110곳이 호텔이에요. 전체 객실 중 호텔 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맞아요, 파라스파라 서울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은 호텔이 능사는 아니랍니다. 하지만 서울 대다수 호텔에서 경험할 수 있는 휴식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굳’이에요. 편백나무로 만든 욕조(히노키 탕) 때문이죠.
모든 방에 다 있는 건 아니에요. 호텔 룸 중에서도 상위 등급의 ‘프리미엄 팀버 스위트’에서만 이색적인 경험이 가능해요. 편백나무 욕조에 물을 채우고 빼는 것은 중앙 시스템으로 조절되니까 들어가기만 하면 돼요. 욕조는 앞엔 큰 유리가 있어 바깥 풍경이 실내 공간 요소로 느껴져요. 한옥의 ‘차경’처럼 욕조가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룸 전체가 그래요. 창밖 풍경은 파라스파라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인테리어 디자인 요소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호텔은 아쉬움이 좀 남아요. 북한산 풍경을 기대하고 온다면 초록색보다 많은 회색이 거슬릴 테니까요.
특권은 결국 자유
“1년에 1억씩 쓰면서 원하는 건 딱 두 가지야. 불평등과 차별.” 군림할 수 없다면 철저히 차별받길 원한다는 것이 백화점 VVIP의 순리고 상식이라는 김주원*의 말 기억하나요? 김주원의 말처럼 '부의 분배 방식과 수량의 다름에 따라 생기는 인간 집단'인 계급에서 차별은 곧 다름이 되거든요. 과시는 결핍이란 말에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오롯이 '나'를 위한 과시라면 얘기는 달라지죠.
*2010년~2011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남자 주인공
파라스파라 서울 리조트는 호텔과 달라요. ‘프라나 오너스’라고 불리는 멤버십이 존재하는 이유죠. 자연스레 출입 가능한 공간이 늘어납니다. 파라스파라 서울의 ‘포토존’ 인피니티 풀도 그중 하나예요. 막 찍어도 인생샷 나오는 인피니티 풀(109동)은 산의 능선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북한산과 인접하고 있답니다.
그만큼 외부와 단절되어 고요함이 깃든 공간이기도 하고요. 평온함을 느끼기 위해 혼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네요. 풀 양옆으로는 ‘산멍’에 이어 ‘불멍’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주말엔 재즈 공연도 열린다고 하니 눈과 귀 모두 즐거울 것 같네요.
회원 전용 라운지(107동)도 있어요. 라운지의 낮과 밤은 좀 달라요. 저녁 6시 이후론 와인도 마실 수 있거든요. 이곳에서 한잔하다 보면 좋은 인연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말 안 해도 알죠? 이뿐만 아니라 회원 전용 등산로도 있어요. 최대 6km까지 구성된 코스인데 이런 액티비티까지 구분하는 걸 보면 뭔가 대단한 걸 숨겨놓지 않았을까요.
호텔과 마찬가지로 리조트도 크기와 콘셉트가 각양각색이에요. 인수봉을 담아낸 파크와 편백나무 욕조에서 북한산 전경을 즐길 수 있는 포레스트 등 리조트에서 누릴 수 있는 뷰는 호텔과 비교불가예요.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하우스도 한 동을 전체 빌려서 행사를 진행한 곳이기도 해요. 나중에 이 풍경과 분위기를 직접 보고 느껴보길 바래요. 낯선 풍경은 무뎌진 감각을 깨우는 신비로운 체험이잖아요.
리조트 앞에 조성된 폭포와 소나무 숲도 즐거움과 편안함을 전해줘요. 소나무는 파라스파라 서울에서 고개만 돌려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많아요. 마치 외관 디자인 요소처럼 1층에도 옥상에도 소나무가 많아요. 조경의 핵심 멤버인 소나무가 모인 곳에선 피톤치드가 나와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과도 있는 거 알죠?
조명이 없는 자연은 밤보단 낮에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어둠이 내려앉은 숲보단 태양 아래 푸르게 빛나는 풍경이 일상과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은 기대를 충족시켜주니까요. 대자연의 품 속으로 뛰어드는 용기. 현대인에겐 가장 진보된 휴식이 아닐까요.
힐리언스 선마을
엄마, 걱정마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어요, S.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네요. 돌이켜보니 정작 하고 싶은 무언가를 잊고 지냈어요. 일상의 쉼표가 간절해지더군요.
힐리언스 선마을로 향한 이유입니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도 한몫했고요. 서울 강남구에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강원도 홍천 종자산 중턱에 자리한 선마을을 찾을 수 있어요. 이곳은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2007년 설립한 국내 최초 웰니스 리조트예요.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식습관·운동습관·마음습관·생활리듬습관을 익혀 ‘웰에이징(well-aging)’, 건강하게 나이 들기 바라는 마음에서 세웠죠.
선마을이 말하는 건강은 ‘의도된’ 불편함이에요. 전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목적지를 우회하는 동네 버스를 타고 향하는 것과 비슷해요. 전화도 안 터지고 인터넷도 쓸 수 없어요. 객실 내에 TV도 없죠. 정보 공해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만 집중하게 도와요. 잘 때에도 머리맡에 휴대폰을 두는 제가 아스라이 사라진 5G 신호를 봤을 때, 마음이 짐작 가시나요? 가끔 경찰이 ‘마지막 신호가 여기’라며 찾아오기도 한다네요. 해발 256m에 위치해 온통 언덕으로 이뤄진 마을을 돌아다니려면 한 발씩 직접 내디뎌야 해요.
제가 선택한 불편이었지만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할지 막막했어요. 선마을 전용 생활 한복으로 갈아입고 객실에 휴대폰을 두고 나서자 실감이 나더군요. 길을 찾을 때, 화면 속 지도가 아니라 갈림길의 이정표를 본 게 얼마 만인지요. 이어폰을 빼고 듣는 산새들의 지저귐은 어찌나 반갑던지요. 나를 둘러싸온 세상과의 단절은 그간 잊고 지낸 세상과의 새로운 ‘연결’로 이어졌습니다.
토끼는 식용이 아니에요
선마을은 걷기 좋은 곳이지만 5개의 트레킹 코스는 꼭 가봐야 해요. 아쉽게 날이 흐려 5분 정도만 걸었어요. 잣나무와 소나무가 가득 심어진 숲에 도착, 편평한 흙바닥을 찾아 매트를 깔고 누웠습니다. 선마을이 자랑하는 ‘숲 테라피’ 체험이었죠.
등에 걸리는 돌멩이가 불편한 것도 잠시. 피톤치드가 온몸을 감싸는 듯 맑은 기운이 가득 느껴졌어요. 높이 솟은 나무 틈으로 보이는 조각난 하늘. 비에 젖어 촉촉한 흙내. 기분 좋게 뺨을 스치는 바람. 그대로 푹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았죠.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져 이르게 내려와야 했어요. 아쉬워서 괜히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니 토끼 한 마리가 기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네요.
선마을엔 토끼 30마리, 고양이 6마리, 강아지 3마리가 고정 식구입니다. 곧 알파카도 새로운 구성원이 된다고 하니 조카들을 데리고 오면 좋아할 것 같아요. 선마을은 반려견과 함께 노즈워크를 할 수 있는 3개의 트레킹 코스와 1000평 규모의 놀이터 ‘힐리펫 그라운드’도 마련돼 있어요. 반려견을 위한 작은 마당을 갖춘 힐리펫 룸은 잔여 객실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S가 이곳에 오면 얼마나 좋아할지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하루 만 보가 건강의 척도. 이곳은 제2의 심장인 발이 쉬지 않고 자극 받는 동선으로 채워졌어요. 가장 가까운 식당도 차로 15분은 걸립니다. 걷는 길밖에 없어요.소식을 즐기는 S가 식당에 달려가진 않을테니 다른 즐길 거리를 공개할게요. 태국 못지않은 심신 안정에 제격인 아로마 힐링, 힐링뮤직 샤워, 쉼스테이, 와식 이완명상, 소도구 테라피 등 프로그램부터 자연세유 스파, 원예치유장, 페인팅존 등 남녀노소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가득해요. 선마을 투숙객들은 예약만 하면 모든 부대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죠. 무수한 특징이 한 데 모여 힐링 브랜드 리조트로 이끈 것 같아요.
저는 마을 입구에 자리 한 목공방의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자취족 필수품인 트레이 만들기 체험을 했거든요. 목 끝까지 앞치마를 동여매고 기계와 기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대패질, 톱질, 사포질까지 다 해봤어요. 급한 성격에 목공 강사님을 괴롭히며 이것저것 물어보니 나중엔 제 옆에 서서 일대일 과외를 해줬답니다. 돌이켜보니 목공 과정은 이곳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낸 콘텐츠였어요. A부터 Z까지 본인이 틀을 짜고 누적된 피로를 풀게 할 자연 요소를 즐기는 곳이니까요.
맞아요, 선마을의 모든 것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과정을 중요시해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이유도 느리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걸음을 옮기는 감각을 느껴보라는 이유에서죠. 목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답은 없었어요. 나뭇결을 손끝으로 느끼며 충분히 부드러워졌을 때, 사포질을 멈추면 됐죠. 조금 느리더라도 만족스러울 때까지 문지르고, 다듬어 완성시키고 보니 어느새 해 질 무렵이었습니다. 나무 손질하며 얻은 게 이토록 많을 줄이야.
달그림자 밟는 밤
아까 제가 얘기했죠? 밥 한 끼를 위해선 비탈길을 10분 이상 걸어야 해요. 야수의 심장으로 비채(비움채움)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채식 식단으로 짜인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기우에 불과했어요. 저녁 식사엔 오리 훈제고기와 제육볶음이 나왔답니다. 주메뉴는 채소지만 아침, 점심 식단에도 달걀, 고기 등 단백질은 꼭 포함한다고 해요. 균형 잡힌 식단, 칭찬해! 강원도 현지에서 자란 싱싱한 쌈 채소, 산나물로 입맛을 돋우죠. 저염식으로 혈당을 천천히 올려 살이 찌지 않게 만드는 효자 식단이에요.
산속의 밤은 이르게 찾아왔습니다. 선마을은 맑은 날엔 가로등도 모두 꺼놓고 오직 달빛으로만 마을을 밝혀요. 달이 은은하게 비추는 길은 처음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어요. 느려도 된다는 말을 새기며 잠시 멈춰 시간을 가지자 눈은 금세 어둠에 익숙해졌죠.
달빛에 어스름히 빛나는 나뭇잎, 비가 와서 젖은 땅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좁은 산길을 따라 오르다 선향동굴에 도착했어요. 큰 창을 내어 만든 인공동굴인데 무인 와인바로 운영하고 있죠.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등 여러 종류의 와인을 구비했고 간단한 스낵바도 있어요.
와인은 도시와 어울리는 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숲에서 마시는 와인이 더 향긋한 거 아시나요? 와인 한 모금 마시고 맑은 공기를 코 끝에 담으면 술맛이 배가되는 기분이에요. 고요하게 가라앉은 밤의 선마을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자니 노곤했던 하루가 잊히더라고요. 자연이 곧 안주였습니다.
객실로 돌아가기 위해 나왔어요. 무언가 허전하더군요. 오른손에 스마트폰이 없으니까요. 크게 무섭진 않았어요. 불빛 하나 없는 이곳에서 ‘무해함’을 느꼈다면 거짓말 같을까요?
선마을 토끼는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아요.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전해졌어요. 동료로 삼고 싶네요. 저 역시 투숙객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선마을의 적막에 신뢰가 생겼어요. 독채에서 홀로 보내는 밤이 무서울 법도 한데 단단한 성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날, 처음으로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어요. 불 꺼진 방에서 기절할 때까지 휴대폰을 붙잡고 보낸 밤과는 달랐어요.오랜만에 꿈도 꾸지 않고 푹 잤어요. 커튼을 쳐도 창밖에서 들어오는 도시의 불빛과 달리 깜깜한 어둠이 온 몸을 포근히 감싸주는 아늑함이 참 좋더군요. 눈과 귀를 닫아도 끝없이 들어오는 이야기들에 아마 당신도 지쳐있을 테죠. 훌훌 털고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때, 이곳 선마을의 달빛 아래 몸을 뉘어보는 건 어떨까요? 도시의 밤에선 경험 못한 온기를 품은 친절한 어둠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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