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의 하락장이 본격화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소규모 단지 위주로 발생하던 미계약이 최근에는 대형건설사 브랜드 단지에서도 무더기로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하지 않는 미계약 물량이 지난해 대비 3배에 달할 정도로 급등했다.
16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10일까지 무순위 청약을 접수한 수도권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7363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698가구)보다 2.7배로 증가했다. 또 수도권 아파트 미계약 물량 경쟁률은 44.9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118.7대 1)에 비해 급락했다.
청약 불패 지역으로 꼽히던 서울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급증했다. 서울 청약 당첨자의 미계약 물량은 371가구에서 1573가구로 늘었고, 경쟁률은 734.0대 1에서 143.7대 1로 뚝 떨어졌다.
경기지역의 미계약 물량은 1885가구에서 4136가구로 급증했고, 경쟁률은 21.7대 1에서 19.3대 1로 하락했다. 인천의 미계약 물량은 442가구에서 1654가구로 확대되고, 경쟁률은 16.3대 1에서 15.0대 1을 기록했다.
청약에 당첨된 뒤 계약을 포기하면 향후 10년간 재당첨 기회가 사라지는데도, 대형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미분양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경기 의왕시 ‘인덕원자이SK뷰’는 502가구에 대한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총 508가구 규모로 진행된 ‘인덕원자이SK뷰’ 무순위 청약에는 6명만 청약에 나섰다. 이 단지는 앞서 5.6대1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지만, 이후 절반이 넘는 508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으면서 대규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또 경기 안양시 ‘평촌 두산위브 더 프라임’도 전체 178가구 가운데 111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았고, 무순위 청약으로 128가구를 모집한 경기 화성시 ‘화성 봉담자이 라젠느’는 30건만 접수됐다.
지난 8월 말 청약에 나선 서울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도 일반분양 140가구 중 129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분양 당시 완판에 성공했으나, 당첨자 중 90% 이상이 계약을 포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순위 청약 경쟁률도 낮아졌다. 지난해 1~11월 수도권 아파트 미계약 물량의 청약 경쟁률은 118.7대 1을 기록했다. 올해 같은 기간에 청약 경쟁률은 44.9대 1로 하락했다. 서울에서는 경쟁률이 734.0대 1에서 143.7대 1로 급락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대출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주택 수요가 위축되고,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수억원대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미계약이 증가했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상승한 데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미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자잿값 급등으로 분양가는 상승하고, 집값은 하락하는 등 집값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첨이 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주택 매수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분양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현행법상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청약 가점이 낮아지고, 일정 기간 재당첨도 제한된다”며 “실수요자들은 청약 단계부터 꼼꼼히 살피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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