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케 수입량 3763t…지난해 기록 이미 넘어
국내 주류업계도 사케 수입‧유통 박차
日대표 사케 미야사카양조도 국내 시장 공략
“사케, 양국 정치적 관계 넘어 문화적 교류 만들 것”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수입량이 급감했던 일본 전통주 사케(일본식 청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1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사케 수입량은 3763t으로 지난해 3109t을 이미 훌쩍 넘었다. 특히 겨울이 사케 성수기로 꼽히는 만큼 올해 수입량은 4000t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시작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올해 10월까지 사케 수입액은 1722만6000달러로 2019년(1579만7000달러)보다도 9% 늘었다. 불매운동 타격이 가장 크게 나타났던 2020년(1173만6000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47%나 증가한 수준이다.
사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면서 국내 주류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신세계L&B는 ‘와인앤모어’를 통해 주류수입업체 니혼슈코리아와 협력, 사케 제품에 대한 냉장배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사케의 생맥주로 알려진 ‘나마자케’ 등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일본 사케를 대표하는 미야사카양조는 엠즈베버리지와 손을 잡고 국내 주류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소비자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미야사카양조는 나가노현(県)에서 1662년 창업한 전통 있는 양조장이며, 대표 브랜드 마스미(真澄)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중 하나로 여겨지는 스와대사(諏訪大社)의 보경(宝鏡) ‘마스미의 거울’을 사케의 이름으로 받았다.
사케는 물, 쌀, 효모를 원재료로 한다. 어느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술의 80%를 구성하는 물이 상당히 중요하다. 지난 1일 서울 양재동에서 만난 미야사카양조의 미야사카 카츠히코 경영기획실실장은 일본의 지붕이라고도 불리는 나가노현의 깨끗한 물을 사용해 사케의 맛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가노는 토지의 80%가 산으로 이뤄져있다”며 “바다와 가까운 낮은 토지보다 나가노가 더 높은 해발에 위치하기 때문에 더렵혀지지 않은 깨끗한 물로 술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미야사카양조는 미야마니시키(美山錦) 산케이니시키(山恵錦) 등 나가노에서 자란 쌀을 이용한다. 일본 대부분의 논은 해발 300m 이하에 위치한다. 하지만 나가노는 모두 해발 300m 이상이다. 다른 일본 쌀 품종과 차별점을 갖는 이유다. 게다가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쌀을 재배하기 적합한 환경까지 갖춰졌다. 카츠히코 실장은 “옛날에 쌀을 재배하기 좋았던 지역이 이젠 너무 더워져서 경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반면 나가노가 쌀을 재배하기 더욱 적합한 지역이 됐다. 또 나가노는 산으로 둘러싸여있어 태풍 영향도 적고 병충해도 적다. 그래서 나가노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도 가장 적게 사용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효모는 1946년 발견돼 ‘양조 협회 효모 7호’라고 명명된 마스미 효모를 사용한다. 한때 진하고 화려한 향기의 사케를 만들어내는 효모가 인기를 끌면서 미야사카양조도 이런 효모를 개발하고 사용했기도 했다. 카츠히코 실장은 당시 효모가 ‘반짝이는 드레스’와도 같았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화려해 오히려 음식과 함께 즐기기 어렵다는 평가다. 미야사카양조는 양조장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2019년부터 새로 발견한 7호계 자사효모만을 사용하고 있다. 반짝이는 드레스 대신 수수한 셔츠를 다시 꺼낸 셈이다.
카츠히코 실장은 이러한 미야사카양조의 사케가 음식과 함께 술을 즐기는 한국 주류시장에서도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요리가 많아지면서 친근감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처럼 사케는 양국 정치적 관계를 넘어 문화적으로 교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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