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사업 10년 평가와 과제[기고/김태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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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스페셜]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국제유가는 같은 해 12월 연고점 대비 70% 폭락한 배럴당 40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 1월부터 국제유가는 상승랠리를 시작했고, 급기야 2011년 1월 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2년 만에 150% 상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에 정부는 2011년 1월 민관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를 결성해 고유가 충격을 완화할 정책을 검토했고, 석유시장 경쟁촉진의 일환으로 알뜰주유소가 탄생했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 농협중앙회, 도로공사가 정유사로부터 공동으로 구매한 석유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알뜰주유소의 사입 가격은 정유사와 개별적으로 공급계약을 맺은 일반주유소의 사입 가격보다 평균적으로 더 저렴해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출범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알뜰주유소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 소비자 가격인하 등 당초 설정한 정책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하였다. 그러나 불공정 경쟁 논란 등 알뜰주유소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은 여전하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알뜰주유소 사업 시행 10년을 맞이하며 동 사업의 추진성과를 평가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알뜰주유소를 둘러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동 사업에 대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알뜰주유소는 그간 충분한 양적 성장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된다. 알뜰주유소가 석유시장에 경쟁을 불러일으키며 가격 인하를 촉진했고, 정유사의 가격 투명성 제고에 기여한 점은 명백한 정책 효과로 입증되었다. 알뜰주유소 사업으로 지난 10년간 증가한 소비자 후생은 약 2조1000억 원(연평균 약 2400억 원)으로 추정되었다. 비록 이 수치의 상당 부분은 생산자 잉여로부터 귀속된 것이나, 알뜰주유소가 석유유통시장의 과점적 요소를 완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일부에서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이 불공정 경쟁을 조장한다며 알뜰주유소 민영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알뜰주유소가 과점적 석유유통산업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배경과 실제 그러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순기능을 고려할 때, 민영화 파급효과 등 체계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사안이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불공정 경쟁 논란을 해소하고 알뜰주유소가 국내 석유유통시장의 이해 관계자들과 화합하여 건전한 시장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양적 확대를 자제하고, 일반 주유소와의 가격차이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될 필요가 있다.

석유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 알뜰주유소 향후 10년은 사업 내실화와 석유유통산업 내 공적 기능 강화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에너지시장이 저탄소체제로 재편되는 가운데 우리 석유유통시장도 점진적 축소가 예고되어 있다는 전망은 관련 시장 참여자들에게 암울한 소식이다. 이제 알뜰주유소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하고, 미래를 위한 대승적 협력과 상생방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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