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인수 예정자로 지정된 한화그룹이 첫 현장 실사에 나섰다. 협상 파트너로 인정해달라며 실사 방해 훈련까지 진행하던 대우조선 노조(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요구를 한화 측이 수용하면서다. 22년간 산업은행 관리체제에 있던 대우조선의 매각 절차에도 순풍(順風)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인섭 한화에너지 대표를 포함한 인수단 관계자 40여 명은 이날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로 첫 현장실사에 나섰다. 다음 주까지로 연장(4주 → 6주)된 실사 작업 기간에 인수단은 주요 생산 현장을 둘러보며 서류로만 확인했던 대우조선의 현황을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현장 실사는 전날 정 대표를 포함한 인수단이 대우조선지회를 방문해 노조 간부들과 90여 분간의 비공개회의를 가진 이후 하루 만에 이뤄졌다. 노조는 그 동안 협상 과정에서 당사자(노조) 참여와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단체협상 승계와 회사·지역 발전(투자) 등 4대 요구안을 주장해 왔다. 한화 측은 이를 수용할 뜻을 밝혔고, 이에 노조도 인수작업에 최대한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 노조는 최근까지도 옥포조선소 정문에서 현장 실사를 저지하기 위한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노조는 2008년(한화 등)과 2019년(현대중공업) 당시 매각 과정에서도 실사단의 현장 방문을 저지한 바 있다. 대우조선지회는 이날 “(한화 측)인수단장의 확약을 신뢰하며 실사를 진행하도록 결단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실사 과정이 마무리되면, 인수를 위한 본계약 체결 절차를 밟게 된다. 한화그룹은 9월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는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본계약 체결 이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경쟁 당국의 결합심사와 당국의 방위사업체 인수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화 측이 목표로 설정한 인수 완료 시점은 내년 상반기(1~6월)다. 직전에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적어 향후 매각 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업계의 의견이 많다. 산은으로서도 대우조선 매각 의지가 강하고, 노조 역시 더 이상 지금 체제를 유지하긴 힘들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 배경이다.
이날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회사와 노조가 상호 성실히 협의해야만 한다는 점에 서로 공감대를 나눴다”며 “현장실사 결과를 포함해 회사의 현황과 경쟁력을 분석하는 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