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59조(조세법률주의)와 제38조(국민의 납세의무)는 납세자에게는 보장된 권리와 부여된 의무를, 국세 공무원에게는 세법 집행의 근거와 한계를 규정한다. 국회는 나라의 재원을 누가 얼마만큼 부담하는가를 법률로 정하고, 국세청은 납세자가 세법대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도와주거나 적게 낸 세금을 추징하고 있다.
세계 6위 국력에 올라선 국가에 걸맞은 성숙한 시민의식, 촘촘한 과세 인프라와 빅데이터 덕분에 과거보다 납세 문화는 좋아졌다. 그러나 지능적, 불공정 탈세가 여전하고 국민은 세 부담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세무조사의 성실납세 유도와 조세정의 실현 기능이 마지막 보루로서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다.
국세청은 이 두 가지 기능과 국민 시각을 염두에 두고 세무조사 운영방향을 정한다. 올 6월 김창기 국세청장 취임 이후에는 세무조사에 적법, 공정, 공감의 가치가 관행과 문화로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우선 납세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는 적법절차와 적법과세다. 적법절차 측면에서 국세청은 올 9월 전면 개정된 세무조사 가이드북을 세무조사 착수 시 배부해 납세자 권리를 알려준다. 세무조사 내용을 적시에 정확하게 알려주는 ‘고지’와 납세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보장하는 ‘청문’ 절차도 세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적법과세는 사실관계, 조세법령의 복잡성과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제지만 국세청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실적 위주의 정량평가를 폐지해 무리한 세무조사를 크게 줄였다. 세무조사 중 과세 적법성 여부를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하거나 과세 책임성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둘째, 시대가치는 공정이고 핵심은 조세 부담의 공정성이다. 세무조사는 법 위로 가혹하지 않고 법 아래로 관대하지 않게, 오로지 탈세 혐의의 정도와 크기에 비례해서 집행해야 한다. 최근 국세청은 서민생활을 위협하거나 생계 기반을 잠식하는 민생 침해 탈세자 그리고 벌떼 입찰로 부당이익을 취하면서 자산을 편법으로 대물림한 불공정 탈세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해 많은 국민의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국세청은 공정성을 훼손하는 탈세에 계속 조사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셋째, 국민이 공감하는 세무조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복합 경제위기 국면에서 세무조사 권한을 절제하고 신중하게 행사해 경제 활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경제 없이 세금도 없다. 국세청은 이에 응답하기 위해 적극 행정의 일환으로 세무조사 규모를 대폭 감축하고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경우 세무조사를 유예했다. 일정 납세자에게는 세무조사 시기 선택권까지 부여할 예정이다.
사실 한국의 납세자 권익보호 법령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국세청은 이러한 법제가 세무조사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세무조사의 ‘가’부터 ‘하’까지 혁신해 나갈 것이다. 그 혁신의 출발점과 목표점은 오로지 납세자 시각과 권익 그리고 적법성과 공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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