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에서 ‘오운완(오늘운동완료)’ 해시태그와 함께 자주 보이는 로고가 있습니다. 강렬한 남색과 빨간색으로 조합된 ‘F45 트레이닝(이하 F45)’. 2012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해 63개국에 입점한 글로벌 피트니스 회사입니다. 국내에도 2019년 강남점을 필두로 여의도, 판교 등 주요 상권 14곳에 문을 열었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로고 앞에서 땀에 젖어 활짝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궁금했습니다. ‘얼마나 재밌길래 운동 후에 저렇게 웃을 수 있지?’ 호기심을 못 참고 F45 광화문점을 찾아 김예진 F45 코리아 대표와 이재승 HQ 헤드코치를 만나 봤습니다.
미국증시도 버틴 F45
헬스장에 등록만 하고 운동하러 가지 않는 것은 만국공통일까요. 창립자 아담 길크리스티와 롭 도이치는 사람들이 ‘왜’ 한 달에 한 번만 헬스장에 나오는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시스템’과 ‘재미’에서 이유를 찾았습니다. 운동을 할 줄 몰라도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함께 운동할 친구만 있다면 꾸준히 하지 않을까?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F45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F45는 45분 동안 ‘기능성(Functional) 운동’을 한다는 데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기능성 운동은 자주 쓰는 근육을 자극, 생활에서 부상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3000여 개의 운동 동작을 자체 알고리즘으로 조합해 50개 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4주 주기로 요일별 프로그램이 바뀌고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조합이 달라 매일 새로운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월수〮는 유산소, 화목〮은 근력, 금토〮는 하이브리드로 운영해 본인에게 필요한 운동을 발굴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전 세계 모든 지점에서 동일합니다. 기자가 방문한 화요일은 근력 중심의 ‘더블다운’이 진행 중이었는데 광화문점, 강남점은 물론 시드니점에서도 똑같은 운동을 할 수 있죠.
‘커뮤니티’도 F45의 핵심입니다. 20명~40명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서킷을 돌며 운동을 하죠. 고강도여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도 옆에서 ‘으쌰으쌰’하는 목소리 덕에 절로 힘이 납니다. 2018년 할리우드 배우 마크 월버그는 F45를 다녀보고 곧바로 투자자를 자처했습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단지 자전거만 타는 것은 정체되고 지루하다”며 “함께 운동하고 밀어주는 사람들의 에너지는 믿을 수 없는 정도”라고 F45의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2021년 7월 F45는 미국 NYSE에 ‘FXLV’라는 심볼로 주당 16달러에 상장했습니다. 최근 미국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6월 16일 주당 4.57달러로 장을 마감했죠. 상장 당시에 비해 1/4토막이 난 수준이지만 펠로톤 등 이미 미국 증시에 상장한 피트니스 기업은 같은 기간 동안 1/10로 주가가 하락한 것에 비해 선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즈니스 전문 잡지 ‘Entrepreneur’에 따르면 F45는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프랜차이즈 기업 중 하나로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죠. 올 6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힐튼 호텔에 최초 입점하며 프리미엄 피트니스 스튜디오로서 입지를 강화합니다.
거울 없는 방
올 5월 F45 코리아는 본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가맹 사업에 나섭니다. 연말까지 청담, 성수점을 포함해 10개 스튜디오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제주, 부산 등지에서도 러브콜이 오는 상황이죠. 현재까지 유료 멤버십 누적 가입자 수가 1만 2000여 명에 달합니다.
F45는 4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고효율을 뽑아냅니다.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한다’는 변명(!)을 차단하죠. 실제 여의도, 광화문 등 직장가에 위치한 스튜디오는 점심 시간을 틈타 오는 직장인 비중이 높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보통 헬스장과 달리 ‘거울’이 없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이 코치는 “운동 중 거울에 비친 옆 사람을 보면 경쟁심을 느낄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대신 대형 모니터를 통해 운동 동작을 확인하고 따라합니다. 한 수업 당 2~3명의 코치가 돌아다니며 자세를 봐줍니다.
스튜디오마다 가격 차이는 나지만 다소 비싼 편입니다. 광화문점을 기준으로 1회 이용권 3만 원, 1개월 무제한 이용권은 35만 원 선입니다. 대신 F45는 전 세계 모든 지점에서 일주일간 무료 체험 후 가입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무료 체험 후 회원 전환율은 평균적으로 16~20% 수준입니다.
국내에 들어온 지 이제 1년,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핫’한 운동으로 입소문 난 이유가 뭘까요?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F45 로고와 함께 사진을 찍어 SNS에 업로드한 점이죠. SNS를 보고 어떤 운동인지 ‘궁금해서’ 찾아오는 신규 가입 멤버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커뮤니티도 탄탄합니다. 멤버들끼리 R45(러닝 크루) 등 개별 조직을 구성하고 있으며 운동 참여 횟수에 따라 티셔츠와 같은 굿즈를 제공합니다.
운동 중간중간 서로 주먹 인사를 하고 ‘파이팅’ ‘버티자’ 등 격려하는 것도 F45의 특징인데요. F45를 두 달 째 이용중인 김무영 씨는 “힘들어서 중간에 관두고 싶어도 옆에서 손 잡고 이끌어주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 고 말합니다.
자장밥 열량 태우기
F45 코리아에서 눈 여겨볼 점은 여성 멤버 비율이 80%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F45 글로벌도 65%로 높은 편이지만 그보다도 높습니다. ‘고강도’ 운동을 전면에 내세우는데도 말이죠. 김 대표는 “45분동안 800kcal 가까이 소모할 수 있는 만큼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 여성 멤버가 많다”며 “근력 운동을 할 때도 소도구 중심으로 하다 보니 여성도 부담없이 운동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코치는 “스튜디오 색감이 화사하고 예쁜 것도 무시 못하는 부분이다”고 덧붙입니다.
실제로 운동을 인증하는 오운완 트렌드와 맞물린 영향도 큽니다. 6월 17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오운완’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글이 151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F45 코리아는 멤버들의 운동하는 모습을 중간 중간 찍어서 멤버들에게 공유합니다. ‘인증샷’ 문화가 활발한 한국을 겨냥한 현지화 전략이죠. 운동이 끝나면 로고 앞에서 서로 사진을 찍으려고 줄 서서 기다릴 정도라고 합니다.
‘운동 경력이 있거나 혹은 젊고 몸매가 좋은 사람들만 할 수 있지 않나?’라며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초보자도 많습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선 고등학생부터 60살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F45를) 즐기고 있다. 운동이 곧 라이프스타일"이라며 "F45 코리아를 이용하는 연령층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합니다.
국내에서도 50대 부부가 동반 운동을 오기도 하면서 점점 나이대가 확장하는 중입니다. F45 코리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맞춤형 운동이란 걸 인지시키는 것이 남은 숙제라고 강조합니다. 자신의 속도와 역량에 맞춰 즐겁게 운동하는 삶, 어찌 즐겁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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