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리스크 된 조기 퇴사]<下> 인재 지키기 나선 기업들
‘워라밸’ 중시하는 문화 따라잡기
SK, 업무시간 자유롭게 조절 가능
삼성, 5년 근무땐 업무변경 기회
LG, 보고는 줄이고 자율성 보장
핵심 인력의 ‘조기 퇴사’가 기업의 리스크 요소로 떠오르면서 ‘일하기 좋은 회사’가 곧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경쟁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기업 문화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이다.
○ “기업이 1등 하려면 기업 문화부터 1등 돼야”
SK하이닉스는 글로벌 1등이 되려면 최고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로 극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구성원들에게 ‘1등 마인드’를 강조한 뒤 구성원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바꿔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일의 능률과 효율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회사도 글로벌 선두로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기업 문화 개선의 핵심은 직원들의 업무 자율성을 보장하고 일과 가정생활 모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족 친화적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올해 4월부터 시행 중인 ‘해피 프라이데이’가 대표적인 예다. 월 1회 세 번째 금요일을 휴무일로 정해 직원들이 재충전 시간을 갖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해피 프라이데이로 줄어드는 업무 시간을 다른 요일에 붙여 일하도록 해 주 40시간의 총 근무시간은 유지하면서 업무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실행한다.
직원들이 임신부터 육아 시기까지 겪을 수 있는 부담을 회사가 덜어주자는 취지로 난임 휴가 확대 및 난임 비급여 의료비 지원, 임신 축하 패키지 등도 운영하고 있다. 난임 휴가는 3일에서 5일로 늘렸고 체외·인공수정 시술비 50만 원은 횟수 제한 없이 지급한다. 저출생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에 겪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44인승 통근버스를 28인승 우등버스로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 최초로 입사일 기준 5년 단위로 1주, 10년 단위로 3주의 장기근속 휴가도 확대 신설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직원들이 일과 가정생활 중 어디에 집중할지 고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들”이라며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되려면 기업 문화 역시 선두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 근무 형태 자율성 높이고 격식 파괴
직원들의 역량과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업무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보고를 줄이는 등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직원들의 유연근무 등을 지원하기 위한 거점 오피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성남시 분당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등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했고, 서울 중심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사내외 유연근무 공간 ‘딜라이트’를 열었다. 서초 사옥 등 사외 거점 오피스 2곳과 사업장 내 자율근무존 4곳 등 총 6곳의 딜라이트를 마련했다. 임직원들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적에서다.
삼성전자는 나이에 관계없이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이 빠르게 승진할 수 있도록 젊은 경영진 육성에 나서고 있다. 또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다른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사내 FA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직원들이 일하면서 느끼는 실무적인 불편을 덜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한국영업본부는 ‘꼭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 ‘3장 이내의’ ‘서면보고’로 보고 방식 원칙을 세웠다. 그 결과 보고서 작성 시간이 크게 줄었고 보고 횟수도 감소했다는 게 자체 평가다. 동료들끼리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조직 내 신뢰도를 높이자는 취지로 함께 일하는 동료를 칭찬하고 칭찬받은 직원에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시범 운영 중이다.
경영진과 직원의 소통 창구도 확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직원들과 임원들이 함께하는 직원 소통 프로그램 ‘위톡’, LG에너지솔루션 경영진과 직원 간의 직통 채널인 ‘엔톡’ 등으로 직원과 경영진의 쌍방향 소통이 활발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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