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사우디 경제협력]
이재용-최태원-정의선 등 참석
행사 몇 시간 전부터 삼엄한 경비
빈 살만, 천막-병풍으로 모습 가려
“차 빼세요, 빼, 빼! 익스큐즈 미, 플리즈 고 인!”
17일 오후 2시경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은 사우디아라비아 측 경호 인력과 취재진, 구경 인파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하루를 머문 호텔이다. 빈 살만 왕세자와 한국의 8개 그룹 총수들 간 차담회가 시작되기 서너 시간 전부터 호텔 앞은 삼엄한 경비 속에 긴장감이 흘렀다. 호텔 관계자와 사우디 경호 인력 수십 명이 일제히 주변 통제에 나섰다. 호텔 정문 앞 차량들을 모두 주차장으로 철수시키느라 주차장 입구 통로까지 차로 빽빽이 막혔고 투숙객들의 정문 출입도 차단됐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빈 살만 왕세자의 차량 행렬이 오후 3시경 도착했다. 가족과 함께 왕세자를 보러 나왔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하나 씨는 “빈 살만 왕세자는 아주 인기가 많지만 사우디에서도 보기 힘들다”며 “오늘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행운”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경호원들이 미리 쳐 놓은 천막과 병풍에 가려 왕세자 일행의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오후 4시 23분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시작으로 재계 총수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도착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서류를 손에 든 채 입장했다. 4시 반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호텔로 들어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팡이를 짚고 입장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까지 8명이 전원 입장한 시간은 4시 45분경이었다. 호텔에 도착한 총수들은 차담회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기업인들과 빈 살만 왕세자의 차담회는 오후 5시 20분부터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거나 추가 협업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인 만큼 현지 사업 현황과 미래 구상을 간단히 공유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관영 매체 에스피에이뉴스(spanews)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날 차담회 장면을 담은 사진이 게재됐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안쪽의 1인용 소파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왼편으로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의 순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다. 빈 살만 왕세자 뒤에는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사진이 눈에 띈다.
차담회를 마치고 오후 7시 10분경 호텔을 나온 정기선 사장은 “저희가 오랫동안 여러 사업을 (사우디와) 같이 해왔는데 앞으로도 여러 가지 미래를 같이 한번 (그려)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포함해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비전 2030’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의 첫 방한 당시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해 최태원, 정의선 회장 등 다른 5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별도 만찬을 갖기도 했다. 그해 9월에는 사우디로 건너가 빈 살만 왕세자와 재차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각각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수소 플랜트 분야, 미래 자동차 기술과 ‘네옴 철도’라 불리는 고속철 생산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날 양국 정부와 경제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 이어 대한상공회의소도 사우디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사우디 비즈니스 카운슬’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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