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으로의 ‘역(逆) 머니무브’가 가속하는 가운데 이색 예금 상품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은행이 정한 여행지에 방문해 인증하거나 독도 관련 응원 메시지(알림)를 남기면 금리를 얹어주는 식이다. 은행권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으로 내놓은 친환경 특화 금융상품들도 꾸준히 관심을 얻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광주은행은 지난 7월 전남 주요 관광지를 방문한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주는 ‘남도 투어 적금’을 출시했다. 은행이 정한 전남 주요 관광지 45곳 중 한 곳을 찾은 고객에게 최고 연 1.5%포인트(p)를 제공한다. 주요 관광지에는 목포시 목포해상케이블카와 여수시 오동도 등이 포함됐다. 우대금리를 포함해 지난 18일 기준 이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5.4%다. 이 상품은 출시 직후 큰 인기를 끌며 한 달 만에 1만 계좌를 넘어서기도 했다.
‘독도는 우리땅’과 같은 응원을 남기면 금리를 얹어주는 예·적금 상품도 있다. DGB대구은행은 지난해 10월 ‘안녕, 독도야 예·적금’을 출시했다. 독도와 관련한 응원 메시지를 IM뱅크 앱에 입력하면 연 0.1%p의 우대 금리를 적용한다. 지난달엔 걷기만 해도 우대 금리를 주는 적금이 등장하기도 했다. 웰컴저축은행은 건강과 금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웰뱅 워킹 적금’을 선보였다. 계약 기간에 집계된 걸음 수에 따라 최대 연 8%p의 우대금리를 주는 식이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KB반려행복적금’은 반려동물 산책이나 양치, 몸무게 체크 등을 10회 이상 인증하면 0.2%p의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또 반려동물 보호와 유실, 유기 방지를 위한 반려동물 등록에만 참여해도 0.2%p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모아저축은행에선 주민등록상 생일 기준 전후 10일 이내로 적금에 가입하는 경우 최대 연 5%의 이자를 준다.
탄소 줄이기에 동참하거나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 친환경적인 행동을 하면 이자를 더 주는 예·적금 상품도 있다. 하나은행의 ‘에너지챌린지적금’은 전기 절약 미션을 달성하면 최대 연 0.5%p를, 전기 절감률에 따라 최대 연 2.5%p 이자를 더 제공한다. 수협은행의 ‘SH해양플라스틱제로 적금’은 해양 플라스틱 감축 서약을 하면 0.1%p를, 봉사활동을 하면 0.2%p를 받을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독특한 예·적금 상품들을 출시하는 건 미래 고객이 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며 “단순히 돈을 모은다는 것 이상으로 ESG 등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들에 이미지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충성 고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리가 지속해서 오르면서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의 자금 쏠림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9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9월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이 전월 대비 30조5000억원 증가했다. 직전달인 8월(34조1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