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에어아시아 회장 “한국 노선 늘리고 디지털 플랫폼 협력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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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기 100대 까지 보유해 DHL 따라 잡겠다”
“에어 택시 등 모빌리티와 핀테크에도 집중”
코로나 기간 늦어진 환불 관련한 사과도

“인천과 부산~코타키나발루 노선을 여는 등 한국 노선을 확대하겠다”

말레이시아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의 모기업 ‘캐피탈A’를 이끄는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움츠러든 항공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한국 시장에 더 많은 노선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토니 페르난데스 캐피탈A 그룹 회장
토니 페르난데스 캐피탈A 그룹 회장
에어아시아는 2001년 두 대의 항공기를 가지고 출범한 회사다. 지금은 단거리 브랜드(에어아시아)와 장거리 브랜드(에어아시아 엑스)를 포함해 약 210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가 됐다. 최근 대표적인 항공사 평가기관 스카이트랙스는 에어아시아를 ‘2022년 저비용항공사 1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LCC인 스쿠트와 사우스웨스트 항공, 라이언 에어 등을 제친 성과다.

최근 에어아시아그룹은 사명을 ‘캐피탈 A’로 바꿨다. 항공뿐 아니라 물류와 핀테크, 웹3.0, 여행, 쇼핑, 모빌리티 등을 아우르는 종합 디지털 기업으로 발전하겠다는 의지에서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장거리 항공기 추가 도입으로) 에어아시아, 에어아시아 엑스가 경로를 공유하면서 유연하고 넓은 노선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인천에서 방콕과 쿠알라룸푸르에 오가는 노선만 있지만, 부산에서 코타키나발루 노선을 열 계획이다.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노선을 운영하고, 싱가포르에서 제주로 A321을 띄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기재인 A330으로 제주~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운영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운영이 쉽지 않다. 이에 에어아시아 엑스의 중장거리 항공기와 에어아시아의 단거리 항공기를 적절히 섞어서 제주에서도 싱가포르를 거쳐 쿠알라룸푸르로 갈 수 있는 유연한 노선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전략적인 노선 운영이 가능해진 건 에어아시아가 오랜 기간 축적해온 고객 데이터 덕분이다. 에어아시아는 고객과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수년간 심혈을 기울였고, 이를 바탕으로 음식 및 각종 서비스 개발, 보험 및 여행 상품 출시, 노선 운영 등을 해왔다. 앞서 에어아시아가 A321을 제주 노선에 투입하는 걸 고려하는 것도 수년간 쌓인 한국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놓은 전략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코로나 기간 에어아시아는 데이터가 더 좋아졌다. 공유 차 서비스 주문 등 추가적인 서비스 개발해서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데이터를 활용해서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여행객들이 쿠알라룸푸르에 와서 에어아시아를 이용해 동남아시아의 다른 지역 혹은 심지어 호주까지 비행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이 에어아시아를 이용해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으로 비행하고 있다”며 “작년부터 시작된 이러한 패턴이 상당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노선을 운영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어떤 기종을 투입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인터뷰 내내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이터가 곧 수익 창출이 된다는 믿음에서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항공사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가 데이터다. 양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항공사를 선택하는 고객층의 소비지출은 상당히 고급 데이터”라고 말했다. 에어아시아는 ‘슈퍼 앱’ 이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항공권 구매는 물론 여행 예약, 자동차 예약, 차량 호출, 호텔 예약 등 ‘슈퍼 앱’ 안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슈퍼 앱은 데이터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에어아시아의 대표 성과물 중 하나로 꼽힌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에서 카카오톡 없이 살 수 없는 것을 보면서 에어아시아 슈퍼 앱만의 메신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슈퍼 앱으로 항공 티켓을 사고, 호텔 및 다른 여행에 필요한 걸 산다. 공항에 도착해서 집으로 갈 때도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도 택시를 이용할 수 있고, 핀테크 카드인 ‘빅페이’를 만들어서 통화 수단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여행자를 위한 일종의 은행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에어아시아는 보유하고 있는 총 210대의 항공기를 내년도 1분기(1~3월)에는 모두 정비를 완료해 운항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기내 와이파이(WiFi) 구축을 가속화하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에게 보다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머지않아 자리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승무원이 카트에 음식을 담아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에어아시아는 수익과 직결되고 새로운 사업의 바탕이 되는 데이터 확보와 디지털 플랫폼 강화를 위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넓혀가고 있다. SK그룹은 2021년 캐피탈A 그룹의 핀테크 전문 기업인 빅페이에 약 7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밖에도 웹 3.0 분야 개발을 위해 여러 한국 기업과 함께하고 있다. 최근엔 블록체인 기반 포인트 통합 플랫폼 밀크파트너스와 에어아시아가 손을 잡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배달 플랫폼 및 온라인 유통 업체들과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 기업들과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영감을 받았다.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속에서 경험과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며 “현재 한국 기업들과 많은 웹3.0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머지않아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와 같은 분야에 한국 기업들과 합력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어아시아 카고
페르난데스 회장은 에어아시아의 미래 먹거리로 ‘면세 쇼핑’과 ‘화물 물류’를 꼽았다. 그는 “대한항공의 온라인 면세 판매 서비스를 본 받았다. 우리도 그런 사업을 도입할 것이고, 우리가 확보한 각종 데이터가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항공 화물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 전자 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봤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최근 에어아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화물기를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A321 화물기 3대와 B737 화물기 계약을 체결했다. 단순한 운송만 하는 게 아니다. 라스트마일(고객에게 배송되는 직전의 단계)까지 책임지는 회사가 되려 한다. 에어아시아가 고객 상품을 가져오고, 공항으로 운반해서 목적지까지 날아가 집까지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며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넣어서 맞춤 서비스를 많이 개발하려 한다. 벌써 동남아의 대형 전자 상거래 업체들은 중개인 없이 에어아시아의 운송 서비스를 쓰고 있다. 잠재적으로 100대의 화물기를 보유할 것이다. 아세안에서 가장 큰 물류 업체로 성장해서 글로벌 물류 업체인 DHL과 페덱스 등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다. 에어아시아의 방대한 네트워크 덕분에 우리는 더 빠르고 신속한 배송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에어아시아 카고
에어아시아 카고
마지막으로 페르난데스 회장은 코로나 기간 고객들이 받은 각종 불편에 대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고객들에게 환불을 해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에 환불 절차가 미뤄지는 등 고객 불편이 발생하면서 에어아시아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모든 환불금을 바로 지불했으면 파산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환불을 못했을 것이다. 계속 환불 관련 정책을 해나가고 있다. 에어아시아에게 화가 난 분들도 계시겠지만, 항공사가 살아나는데 먼저 집중을 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다”며 ”에어아시아와 소통하기가 어려워서 많은 고객들께서 불만을 갖고 계신 점 공감한다. 수백만 명의 고객들과의 소통이 매우 어렵지만, 개선할 부분을 계속 보완해 나가고 있다. 투명하게 각종 불편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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