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반도체의 겨울’은 지나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2일 03시 00분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
반도체의 겨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춥다.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연간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엔비디아, 퀄컴 등 해외 유수의 업체들도 2023년 반도체 생산 주문을 줄였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메모리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요 경쟁사인 마이크론은 최근 수요 악화와 재고 조정을 이유로 추가적인 감산을 발표했고, 발표 당일 주가가 6.7% 급락했다.

사실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은 일반적으로 호재로 인식되는 소식이다. 불황에도 공급을 통제함으로써 수급 균형을 공급 업체들에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마이크론이 제시한 약한 수요 전망과 높은 재고 수준에 집중했지만 모든 감산 결정은 태생적으로 수요 약세와 재고 과잉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의 이번 발표는 다시 한 번 과점화된 시장의 수익성 방어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며,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본질적으로 최근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강한 상승을 보인 데에 따른 피로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업계의 계절성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다. 불황에는 공급 업체들이 생산을 축소해 공급이 수요에 비해 낮아지며 가격이 오르고, 호황에는 반대로 생산량을 확대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다시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다. 호황에서 투자를 줄이면 시장점유율을 잃게 되고, 불황일 때 투자를 늘리면 높은 재고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최근의 불황 역시 기업들의 잘못된 수요 예상으로부터 비롯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올해 상반기에는 D램(DRAM) 수요 성장률을 10%대 후반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감소하며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구매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하지만 반대로, 현재 기업들이 내리는 감산 및 투자 축소 결정들은 추후 호황의 발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미 유의미한 감산을 발표했고,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지금처럼 계속 수요 전망이 좋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내로 역시 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 축소는 6개월 후에 현실화될 것이고, 만약 하반기에 수요가 예상보다 좋다면 다시 반도체 업계의 호황이 오게 될 것이다. 하반기 수요마저 좋지 않다고 해도 반도체 업체들은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추가적인 투자 감소를 통해 대응할 여력이 충분히 남아있다.

겨울은 혹독해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고, 반도체 업체들은 겨울나기를 충실히 하고 있는 중이다.

#반도체#반도체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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