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40대 직장인 A 씨는 펀드 투자로 손실을 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 용도로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둔 여유자금은 조만간 만기가 돌아온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 당분간 부동산 투자는 단념하기로 했다. 이번에 손에 쥘 목돈을 고금리 예금과 투자 상품 등에 어떻게 나눠 넣을지 고민이다.
A.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에 앞다퉈 나섰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면서 시중자금이 고금리 예금으로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고 자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예금 비중을 어느 정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현금 보유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예금의 기대 수익이 높아진 데다 향후 시장이 안정 궤도를 찾으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과거 발생한 경기 침체와 그후 시장 반등 사례들을 되돌아보면서 교훈을 얻고 기회도 잡아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례를 보자. 2009년 7월 경기 침체가 끝난 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개월 동안 10.3%, 1년 동안 10.48% 올랐다. 2020년 팬데믹 위기 땐 2개월의 급락기를 끝낸 뒤 6개월 동안 S&P500지수가 15.52%, 1년 동안 41.3% 급등했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긴축 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를 살피고 적절한 투자 시점을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주식이 급등하고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달러도 약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여전히 섣부른 완화 정책에 경계감을 드러내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정점 통과를 단언하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며 주가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예측이 어려운 시장 환경에선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과거 금융위기 이후 시장 반등 사례처럼 경기 침체는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등 시그널을 모두 확인한 뒤 다시 진입하면 오히려 늦을 수 있다. 현재 시장 상황에선 평균 매입가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적립식 투자가 유용한 방법이다.
먼저 자신의 현금 흐름과 가까운 장래의 자금 계획을 재점검하고 투자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여유 자금 규모를 파악하길 권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금 용도와 투자 기간을 정해 장기 투자 자금과 단기 예금으로 나눠야 한다. 장기 투자 자금의 일부는 손실을 보고 있는 기존 투자 상품을 추가 분할 매수하는 적립식 투자에 사용하는 게 좋다. 나머지는 수익 전망이 높은 배당주 펀드처럼 상대적 강세가 기대되는 자산에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
3년간 이어진 팬데믹에 우크라이나 전쟁, 가파른 인플레이션 등 갖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혼돈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위기 속엔 항상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만큼 어려운 현실에서도 미래의 결실을 기약하며 차분하고 현명하게 투자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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