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후장대’ 기업들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인 ‘CES 2023’에 상대적으로 저조한 참석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CES 2022에는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제조 기업들이 부스를 마련해 화제였는데 1년 만에 흐름이 달라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CES 2023에 불참할 것으로 보이는 데 더해 CES 2022에 참석했던 두산그룹 계열사에서도 이번에는 따로 부스를 마련하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모델솔루션도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라스베이거스에 가지 않기로 했다.
주요 중공업 기업 중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이 선박 자율운항, 산업단지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의 기술을 대거 소개하는 부스가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부품 회사인 만도도 부스를 마련했다. 포스코도 참여하지만 1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자사의 벤처플랫폼을 통해 키운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것이 위주가 될 예정이다.
자동차·중공업 기업들의 ‘CES 러시’가 한풀 꺾인 것은 경기침체로 새로운 사업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현재 실행 중인 사업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자는 흐름이 반영됐다. 업종 특성상 CES에 나가서 대대적으로 소개할 만한 신기술이 매년 계속 나오기 쉽지 않기도 하다. 실제로 CES 2020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두산의 경우에는 매년 미래 기술을 보여주기보다는 격년으로 참석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CES 2022에서는 현대차 전시장을 통해 공기 없는 타이어를 공개했던 한국타이어는 현대차의 불참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CES 2023에서 신기술 제품의 공개 계획이 없다. 더불어 중후장대 기업 각사마다 CES에 참석하는 것이 과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있느냐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CES에 불참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CES뿐 아니라 각종 전시회 참석도 재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ES에 가면 숙박비용과 같은 부대 지출이 너무 큰 것도 참석을 꺼리는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공업 기업들은 언제든지 CES에 복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후장대 기업들이 IT 쪽과 협업하는 일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기술력을 계속 외부에 알리려 할 것”이라며 “매년 연달아 참석하기보다는 휴식기를 뒀다 참석하는 방식을 선호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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