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오르며 유제품 연쇄 인상
생활물가 상승 부채질할 우려
카페-디저트점 등 자영업자들
“가격 더 올리기 부담인데” 눈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신동민 씨(36)는 올해 상반기 아메리카노 가격을 15% 올렸지만 다시 다른 메뉴의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아메리카노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음료에 우유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신 씨는 “이미 가격을 올린 지 몇 개월도 안 지나 또 올리려니 고객들에게 설명하기가 난처하다”며 “개인 카페 가격이 오르면 고객들이 저가형 프랜차이즈로 가는 경향이 있지만 원가를 감안하면 올리지 않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유 가격 인상의 여파로 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밀크플레이션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우유를 사용하는 빵, 과자, 버터,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우유 사용이 많은 카페나 디저트 전문점 등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유업계는 17일부터 일제히 가격 인상 행렬에 나섰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유제품 가격을 평균 6% 올렸다. 흰 유우(1L) 가격은 기존 2710원에서 2800원대 후반으로 올랐다. 10년 전인 2012년(2300원)에 비해 500원 이상 가격이 오른 셈이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900mL) 가격을 기존 2610원에서 2860원으로 9.6% 인상했다. 남양유업도 흰 우유 가격을 출고가 기준 평균 8% 올렸다.
2년 3개월 만에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른 배경에는 원유 가격 인상이 있다. 이달 3일 낙농진흥회는 원유 가격을 L당 기존 947원에서 52원 오른 999원으로 결정했다. 2013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유와 요거트 등 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서울우유는 17일 생크림과 버터 가격을 각각 10%, 7% 올렸고, 발효유 제품인 ‘비요뜨’ 출고가도 약 5% 올렸다. 빙그레도 바나나맛우유를 편의점 가격 기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가량 인상했다. 앞서 매일유업도 지난달 1일 발효유 제품 가격을 15∼25%가량 올리고 사워크림·휘핑크림도 7%가량 올린 바 있다. hy는 다음 달 1일부터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소비자가를 1500원에서 1600원으로 인상한다.
유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우유를 사용하는 가공 식품뿐 아니라 제빵 제과 커피 등 관련 업계로까지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와 물류비가 큰 폭으로 오른 데 이어 우유 가격이 크게 올라 생산 비용이 급격히 올랐다”며 “당장은 가격 인상 계획이 없으나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재료 값 상승 등에 이어 또 한번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김유숙 씨(69)는 “지난해부터 밀가루와 상자 가격 등 안 오른 게 없는데 이번에는 버터 가격까지 크게 올랐다”며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 단골 장사를 하는 데다 유기농 수제파이가 워낙 고가라 가격을 또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 더 작은 사이즈를 개발해 물가 상승에 대응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식비와 생활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유제품 가격 인상은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유는 모든 식음료 산업에 사용되는 만큼 우유 가격 인상은 제과 제빵을 비롯한 모든 식음 분야에서 연쇄적인 가격 상승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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