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와 국민의 10명 중 9명 이상이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본 한국개발연구원(KDI) 설문조사 결과가 21일 나왔다. 이날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KDI에 이어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KDI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을 맞아 경제 전문가 405명과 20대 이상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문가의 97%, 국민의 96.3%가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고 답했다. 특히 전문가들의 49.9%는 ‘매우 큰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국민 모두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각각 37.0%, 38.2%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전문가들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32.6%)을, 국민은 ‘진영 논리를 벗어난 상생 정치의 실현’(36.9%)을 차순위로 각각 꼽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기재부와 KDI가 21일 공동 주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식에서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정부 역시 그런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역대 경제부총리와 경제부처 장관들도 위기 인식을 드러냈다.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 위기 상황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시스템 개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위기일수록 시장 원칙을 중시하고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의 창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산업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부진과 각국 긴축정책 여파로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2.5%)보다 0.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팬데믹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불확실성, 주요국 통화 정책 기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 금융시장 불안, 무역적자 지속이 내년 한국 경제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KDI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3%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올 8월 내년 성장률을 2.1%로 전망한 한국은행도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도 적신호가 켜졌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1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6.7% 줄었다. 지난달(―5.7%)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기간 무역수지는 44억1800만 달러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00만 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는 399억68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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