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적자 한전, 파산 가능성 언급까지…채권발행 상향, 해결책 될까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22일 12시 03분


한국전력(한전)이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국회가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 상향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채무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해 상향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빚을 빚으로 막는 임시방편일 뿐 아니라 자금시장 경색 문제까지 엮여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한전의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한 상황이다.

22일 한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결산 영업손실이 지난해(-1조1240억원)보다 1842.5% 늘어난 21조8342억원을 기록해 6분기 연속 적자 수렁에 빠졌다.

3분기 영업손실만 7조5309억원으로, 현재 추세라면 전기요금을 인상했더라도 올해 30조원 안팎의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적자(5조8000억원)의 5배가 넘는 규모다.

문제는 현재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 한도가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한전법에 따라 한도가 묶여 있는 상황에서 내년 회사채 발행 한도가 30조원 아래로 떨어지면 자칫 한전이 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조 단위의 전력거래대금 결제에도 차질을 빚어 전력시장으로 문제가 번질 수도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국정감사 기간 한전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회사채 발행 누적액은 올해 70조원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와 올해 적자 등을 반영하면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는 올해 92조원 규모에서 내년 29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 올해와 같은 적자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2024년에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모두 소진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 2배에서 5배, 8배, 10배 등으로 늘리는 방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자금시장 상황과 엮어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 김진태 강원도지사발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시중 자금줄이 경색된 가운데, 최상위 신용등급(AAA)인 한전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회사채발행 한도 상향이 자금시장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도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량채권인 한전채의 금리가 올해 초 2%대에서 최근 6%대까지 올랐는데도 채권 발행이 잇달아 유찰된 상태다.

정부는 한전채로 인한 자금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 발행 대신 은행대출을 늘리도록 했지만 이로 인해 은행권도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고 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김진태 지사발 자금시장 경색이 한전채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면서 “중소기업들,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돈을 못 구해서 난리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 중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민간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을 해 놓고는, 한전채 발행 한도를 높여서 민간기업들이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 못하게, 망하게 두겠다는 얘기냐”고 따졌다.

정부 역시 한전채 발행 한도 상향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인상해서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없는 만큼 당장 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해 한도 상향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날 산자위에서 “(발행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한전법을 위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에서 한전채에 대한 매력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공기업 파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다만 “가격(전기요금)도 정상화해 나가면서 회사채발행 한도를 확보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여러 가지 발전원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점진적으로 적자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써야지 경제에 충격을 주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당분간 빠른 시일 내에 상황이 개선되기 쉽지 않다”며 “원가상승 요인을 경제게 충격주지 않는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지속적으로 반영한다는 게 가장 큰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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