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전 한 남자는 원하던 자동차를 찾을 수 없어서 직접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게 포르쉐. 한 남자의 꿈에서 시작된 브랜드는 지구인이 열망하는 대상이 됐습니다. 왜? 스스로 만족할 제품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죠.
캠퍼들의 원픽 브랜드 스노우피크도 그렇습니다. 철물점을 운영하던 남자의 불만족에서 시작됐거든요. 그의 이름은 야마이 유키오. 스노우피크의 초대 회장인 그는 니가타현과 군마현 경계에 있는 산, ‘타니가와다케(谷川岳)’에 자주 오를 만큼 등산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템빨’이라는 게 있잖아요. 스포츠계에선 장비가 중요하죠. 1950년 대 일본에서 구할 수 있었던 장비는 내구성이나 사이즈 등 뭔가 하나씩 열혈 등산가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야마이 유키오도 페리 포르쉐처럼 스스로 만족할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죠. 그렇게 스노우피크가 탄생합니다.
잿빛에 물들어버린 인간성 회복
스노우피크가 등산 장비에서 캠핑으로 눈길을 돌린 건 1980년 대 후반입니다. ‘오토캠핑’이라는 새로운 개념도 만들었죠. 그런데 캠핑 용품으로만 브랜드를 이해할 순 없습니다. 캠핑은 현대인을 치유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솔루션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브랜드의 철학과 지향점을 고려한다면 스노우피크는 ‘커뮤니티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지구와 공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니까요.
본사가 자리한 니가타현에서 열리는 ‘라이프 엑스포(Life Expo)’는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제1회 라이프 엑스포는 국가·인종·문화의 경계를 지운 ‘지구인 박람회’이자 ‘의식주동유(衣食住働遊)’라는 5가지 테마에 따라 브랜드가 그리는 미래를 공유하는 ‘전시회’였습니다. 옷·음식·집·일·여가를 뜻하는 의식주동유는 스노우피크 세계관 안에서 인생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미래는 자연을 향해 있다’고 외치는 커뮤니티 브랜드에게 현대 사회는 분단과 상실입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도시에 정착했고 도시는 상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간 본연의 야생성도 사라졌고요. 분단을 연결로 바꾸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 스노우피크가 그리는 미래입니다. 미래로 향하는 과정에서 인간 문명이 그어놓은 선은 무의미하기에 지구인으로 한 데 모이는 거죠.
소속이 사라진 이들을 하나로 묶는 건 애정입니다. 브랜드가 제시한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 행동양식에 대한 소망이자 믿음이죠. 입고 먹고 자는 것뿐만 아니라 일하고 노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연과 연결되는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는 것. 브랜드와 유저 모두가 바라보는 이상향입니다.
라이프 엑스포의 배경이 된 본사는 이러한 이상향의 ‘미리 보기’나 다름없습니다. 사무실뿐만 아니라 캠프 필드와 스파 시설까지 갖추며 의식주동유가 구현된 곳이니까요.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TUGUCA’도 있습니다.
또 다른 미리 보기인 TUGUCA는 스노우피크가 새롭게 선보인 가구입니다. 캠핑과 일상을 연결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죠. 기둥과 플레이트를 조합해 여러 가지 형태로 구현돼 자기만의 장면 연출이 가능합니다.
마음을 교류하는 SPW
국내에서도 꾸준히 유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왔습니다. 직접 만나 유대 관계도 쌓아왔죠. 7월 초엔 ‘스노우피크 웨이(Snow Peak Way)’가 재개되면서 3년 만에 브랜드와 유저의 만남이 성사됐습니다. 이에 앞서 봄엔 ‘설봉제(雪峰祭)’가 진행되었고요.
1998년 일본에서 시작된 스노우피크 웨이는 캠핑 이벤트이자 자연 속에서 브랜드와 유저가 연결되는 커뮤니티입니다. 국내에선 올해로 37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스노우피크 코리아의 프로모션 업무를 담당하는 강승연 대리는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중요한 것은 열린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인위적인 요소가 개입하지 않는 자유롭고 넓은 공간에서 제품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 목적이죠.
이와 함께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마음속 열린 공간’도 중요합니다. 2박 3일간 진행되는 스노우피크 웨이의 하이라이트가 ‘모닥불 토크’인 이유죠. ‘불’을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쌓는 수단으로 제시합니다. 조명이 없는 자연에서 빛을 나눈다는 것은 가까운 거리만큼 서로에게 집중, 정신적 거리를 좁힙니다.
김남형 스노우피크 코리아 대표이사는 “커뮤니티 브랜드로서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기에 유대감과 연대감이 굉장히 강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스노우피크의 원동력도 여기에 있습니다. 팬들은 스타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스노우피크도 팬들을 위해서 옷부터 음식까지 다채롭게 선보이는 거 아닐까요.
현장에 답이 있다
랜드스테이션 하남은 스노우피크의 비즈니스 영역이 확장되는 무대입니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있는 곳을 거점 삼아 완성된 이곳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고 위로받는 공간입니다. 먹는 것부터 입고 쓰는 것까지 다 있습니다. 캠핑 기어로 꾸며진 사무실도 있죠.
1층엔 브랜드를 상징하는 먹거리가 있는 카페와 베이커리가 있습니다. 눈 덮인 봉우리를 형상화한 ‘크러핀 설봉’이나 브랜드의 대표적 제품 중 하나인 호즈키 랜턴을 닮은 ‘호즈키 번’같은 것들이요.
한 층 더 올라가면 옷과 장비들이 나옵니다. 체험형 매장답게 캠핑 기어를 모두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 곳에 있는 제품은 '아웃도어 라이프 밸류 어패럴과 기어'입니다. 기획부터 판매까지 본사의 핵심 가치에 충실한 제품들이죠. 특히 어패럴은 백화점에서 만날 수 있는 '아웃도어 라이프 액티브 어패럴'과 다릅니다.
아웃도어 라이프 액티브 어패럴은 국내 협력사가 전개하는 것으로 대중 친화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하죠. 그래서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아웃도어 라이프 밸류 어패럴과 아웃도어 라이프 액티브 어패럴로 구분됩니다. 지향점이 다르니까요.
2014년부터 의류 사업을 시작한 스노우피크는 연예인 마케팅을 지양하는데요, 유명인 섭외 대신 제품 R&D에 투자해 품질을 높이자는 목적입니다. 그리고 시장조사 대신 검증에 집중합니다. 구성원들이 밖에 나가서 제품을 직접 써보는 겁니다. 이른바 우문현답. 우리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거죠. 사용하기 쉽고 오래 쓸 수 있는 튼튼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60년 넘게 스노우피크가 고수하는 원칙입니다.
리빙쉘이 대표적이죠. 스노우피크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캠핑용 쉘터로 잠자는 곳과 전실을 분리한 것이 특징인데요, 다른 돔 텐트와 도킹도 가능합니다. 랜드스테이션 필드에서 직접 설치해 볼 수 있습니다. 철저히 유저의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만드니까 시험 삼아 해보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매장 스태프에게 ‘소신 발언’하세요.
IGT로 유명한 아이언 그릴 테이블도 있습니다. 용도에 맞게 여러 부품을 조립해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죠. 캠핑에서 관계 형성의 수단인 불을 다루는 제품도 빼놓을 순 없죠. 화로는 잔디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모닥불을 즐기는 세련된 매너입니다. 이러한 장비들로 꾸며진 사무실은 3층입니다. 직원들이 실제로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죠.
멀리 가려면 함께
내년 스노우피크는 캠프필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1년 내내 자유롭게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죠. 이미 일본엔 7곳의 캠프필드가 있습니다. 다카이 후미히로 스노오피크 재팬 부사장은 캠프필드 개발에서 ‘자연 본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경계 없는 곳에서 자연뿐만 아니라 옆 사람과 자유롭게 소통하라는 배려겠죠.
또 다른 목적도 있습니다. 바로 지방창생(地方創生). 캠프필드가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겁니다. 그 지역의 문화·전통·음식 등 풍부한 체험으로 구성된 ‘로컬 투어리즘’으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캠프필드라는 시설뿐만 아니라 지역 체험과 특산물도 함께 탄력을 받으면 지역 공간 구조도 재편될 수 있겠죠.
대치보단 공존과 상생.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연과 사람을 잇고 자연 속에서 인간성의 회복을 외쳐 온 커뮤니티 브랜드가 선택한 가치입니다. 지구를 위해 매출의 1%를 환경운동 단체에 기부하는 파타고니아처럼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의 여유에서 비롯된 원경(遠景)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기술은 흉내 내더라도 마음가짐까지 따라 할 수 없기에 스노우피크는 ‘대체 불가(Non Fungibl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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