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안한 1위 자리를 지켰다. 가장 큰 경쟁자인 애플이 다소 밀려난 가운데 삼성전자와 애플의 러시아 철수를 틈타 중국 샤오미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거세게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에서 다소 체면을 구긴 애플은 아이폰14 열풍으로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6% 감소한 4000만대를 기록했다. 아이폰14 출시, 중국업체의 러시아·동구권 시장 약진으로 전분기보다는 4% 늘었으나, 경기 악화와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계속되면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33%(약 1350만대)로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로 공급 문제가 계속되면서 애플 아이폰14 출시의 영향력이 예상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출하량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유럽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1690만대) 대비 20% 줄었다. 점유율 또한 지난해 3분기 35%에서 2%포인트 줄었다. 점유율 21%(850만대)의 애플은 유럽시장에서 더 큰 아쉬움을 삼켰다. 출하량이 전년 대비 12% 줄며 샤오미에 2위 자리를 내줬다. 러시아 시장 철수 등의 문제가 뼈 아팠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이폰 신작 출시효과가 본격적으로 체감되는 4분기에는 애플이 다시 반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같이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 침체, 러시아 철수 등으로 아쉬운 성적을 받은 가운데 중국업체가 빠르게 영향력을 넓혔다. 특히 샤오미와 리얼미는 러시아에서 애플과 삼성이 공식 철수한 상황을 발판 삼아 동유럽 시장에서 출하량을 크게 늘렸다. 샤오미는 출하량이 4% 늘며 점유율 23%로 유럽 2위를 차지했고, 리얼미는 오포가 휘청이는 틈을 타 출하량을 85% 끌어올리며 점유율을 2배 이상(2%→5%) 높였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0% 점유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애플은 말 그대로 ‘아이폰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이 지난 9월 아이폰14를 출시한 이후 7주간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고가폰 판매량이 다소 떨어지는 ‘광군제(중국 내 온라인 업체들의 할인 행사)’ 기간이 겹쳤음에도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달 마지막 주를 기준으로 애플은 중국 시장 점유율 29%를 차지하며 2위 비보(16%)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판매량만 봐도 9~10월 애플의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15% 역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다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도 지난 11일 광군제를 전후로 애플이 중국 시장 점유율 39%로 1위에 올랐고, 매출 기준으로도 35억 달러(약 4조7350억원)를 기록하며 전체 시장의 68%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고가 프리미엄폰 전략이 중국 시장에서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중국 내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반면 고가의 아이폰의 경우 이러한 소비 심리 위축에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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