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대상 아닌 권리 주체로서의 아동기본법 제정을 [기고/이양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3일 03시 00분


이양희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명예교수
이양희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명예교수
아동권리협약은 이 세상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최소’ 기준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아동권리 준거의 틀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에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비준국으로서 정부는 법률을 제정 및 개정하거나 정책을 수립할 때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동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기준이 되는 법률이 부재하여 사안에 따라서 협약의 원칙이나 국제사회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아동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아동 권리에 기반한 접근을 통해 하나의 체계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법으로서 아동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항간에는 현행 아동 법제에서 아동복지법이 기본법의 역할을 하고 있고, 아동복지법을 전부 개정하는 것이 아동기본법 제정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아동복지법은 제1조(목적)에 명시된 바와 같이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아동을 수혜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계가 있다. 또 현행 아동 관련 국내법들이 분절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개별법의 상위법 또는 근거법으로 역할하며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에 초점을 맞춘 아동기본법이 필요하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기 위해 연이어 포럼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모으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30여 년을 기다린 만큼 실효성 있는 아동기본법 제정을 위해 최소한 다음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먼저, 아동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협약의 일반 원칙(비차별, 아동 최상의 이익, 생명·생존·발달, 의견 표명의 권리와 참여)을 명시해야 한다. 현행 아동복지법의 기본 이념에는 의견표명의 권리와 참여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동의 권리가 온전히 실현되기 위해서 네 가지 일반 원칙이 모두 지켜져야 한다. 보호의 대상으로 아동을 바라보던 관점을 넘어 한 명의 국민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결과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까지 국가의 책무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본법에 명시된 권리가 위반 혹은 침해됐을 때 진정제도와 같이 아동이 직접 혹은 대리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동 권리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아동기본법 내에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을 규정해야 한다. 아동기본법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협약에 명시된 권리를 포괄하면서 이행에 초점을 맞춘 법이 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아동기금 확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아동 권리에 대한 교육과 홍보 의무 등을 규정하여 실효성 있는 법제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아동기본법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잊어서는 안 된다. 아동기본법 제정이 현재를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아동이 존중받고 그들의 권리가 보호 및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아동기본법은 ‘아동’을 중심에 둔 법제로 나아가기 위한 긴 여정의 시작점이자 기준점이 돼야 한다.

#아동기본법 제정#아동#권리 주체#아동권리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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