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시장 석권 나섰다…전기차 본토 美 상륙

  • 뉴스1
  • 입력 2022년 11월 23일 07시 44분


‘K-배터리’ 핵심 소재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의 급성장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들 소재 기업이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게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4대 핵심 소재 중 양극재 세계 10위 기업에는 포스코케미칼, LG화학 등 한국 기업 5곳이 이름을 올렸다. SKC가 이끄는 동박은 수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핵심 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 사업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의 급성장을 미리 내다보고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 결과다.

최근에는 생산 기지를 북미 등 해외로 확대하려는 글로벌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미국 등 선진시장 선점 만큼은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 배터리 핵심 소재 양극재 글로벌 시장 석권

광양 양극재 공장 전경(사진제공=포스코케미칼)
광양 양극재 공장 전경(사진제공=포스코케미칼)
23일 글로벌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벤츠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에 따르면 지난해 삼원계 양극재 생산량 기준 10위 기업에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케미칼을 포함한 한국기업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양극재는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과 함께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로 출력과 용량 등 주요 특성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배터리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한국 기업들은 양극재의 사업성을 확인하고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업이다. 양극재 사업을 위해 2012년 포스코ESM을 설립했다. LG화학도 지난 2006년 양극재 양산을 시작했다. 이어 2016년엔 GS이엠의 양극재 사업을 600억원에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에코프로비엠은 국내에서 가장 빠른 2004년 10월 양극재 양산에 들어갔다. 올해 연간 생산량은 국내 최대인 12만6000톤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3조4128억원, 2854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48%, 227% 증가했다. 전기차 산업의 빠른 성장과 선제적인 투자가 에코프로비엠 실적의 원동력이다.

◇ SKC, 동박 세계 1위…SKIET, 2004년 독자 기술로 분리막 개발
SKIET 폴란드 제1공장 전경.ⓒ 뉴스1
SKIET 폴란드 제1공장 전경.ⓒ 뉴스1

SK아이테크놀리지(SKIET)는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에 집중했다. 분리막이란 배터리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존재하는 투과성막이다. 지난 2004년에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세번째로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개발에 성공했다. 이듬해 2005년 청주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지난해 중국과 폴란드에서도 생산을 시작했다.

LG화학도 지난 6월 일본 도레이사와 헝가리에 분리막 합작법인 ‘LG Toray Hungary Battery Separator Kft’를 설립했다. 오는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 1단계로 양산에 돌입한다.

최근 동박 사업의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불과한 두께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내외의 얇은 구리막이다.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이자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SKC는 지난 2020년 KCFT(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하고 동박 사업을 담당하는 SK넥실리스를 출범했다. 이후 대규모 투자와 신기술 적용에 나서면서 줄곧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세계 4위 동박 생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약 6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다른 동박 업계와 기술 격차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어떠한 배터리에도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동박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전기차 사업 급성장…미국·유럽 투자 러시
SK넥실리스 정읍공장(SKC 제공)
SK넥실리스 정읍공장(SKC 제공)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461억달러에서 2030년 3517억달러로 약 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탈탄소 정책에 따라 배터리 소재의 몸값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 기업들은 전기차 산업 성장 속도에 맞춰 북미와 유럽 생산기지 확보에 나섰다. 특히 북미는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지이자 소비 시장이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앞다퉈 현지 생산 계획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얻으려면 해당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광물과 부품 등을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5월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북미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캠(Ultium CAM)을 출범했다. 연산 3만톤 규모의 공장을 오는 2024년 하반기에 완공한다. 추후 GM의 전기차 사업 확대에 따라 단계적 증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30억달러(4조636억원)를 투자해 연간 12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120만대 분량으로 미국 내 최대 규모다. LG화학은 내년 1분기 착공해 2025년 말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에코프로비엠은 SK온-포드사와 북미 공동투자를 협의하고 있다. 현지 양산 양극재 목표 시점은 오는 2025년 하반기다. 또한 헝가리 공장 인허가를 완료하고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다. 오는 2026년까지 연산을 국내 23만톤, 유럽 14만톤, 북미 18만톤을 더해 총 55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올해 연산 5만톤 규모의 동박 북미 신규 공장 투자를 확정한다. 글로벌 최대 시장과 밀접한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북 정읍과 말레시이아·폴란드에 이어 북미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확대해 오는 2025년 총 25톤의 연간 생산능력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성장동력을 지속해서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 자원의 무기화 대응책 ‘폐배터리 재활용’ 진출도 잇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도 전기차시장 급성장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니켈·리튬 등 필수 광물을 보유한 국가의 자원 무기화 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톤당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2만4850달러로 3년 전(1만4410달러)과 비교해 72% 올랐다.

미국 IRA 시행도 폐배터리 사업의 빠른 확장에 영향을 끼쳤다. 폐배터리를 수거해 미국 현지에서 광물을 추출하면 보조금 혜택 대상이다.

이달 영풍은 세계 최초로 건식용융 방식의 폐배터리 재활용 파일럿(Pilot)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기존 습식 방식과 달리 리튬을 90%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GS에너지와 합작법인(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을 연내에 설립해 폐배터리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합작법인 투자 금액은 총 1700억원으로 포스코홀딩스와 GS에너지가 각각 지분 51%, 49%를 보유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분 투자로 폐배터리에 간접적으로 진출했다. LG화학과 함께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 지분을 2.6% 확보해 니켈 2만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배터리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으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많다”며 “해외자원개발과 재활용 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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