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짜리 신차를 3000만원은 현금으로, 2000만원은 할부금융으로 사려고 했다. 하지만 금리가 너무 올라 할부금융의 이자 부담이 너무 커졌다. 지금 차를 사는 게 맞는가 싶다.” (현대차 아이오닉6 사전계약자 A씨)
“신차를 구입할 계획이었지만 중고차 구입으로 마음을 굳혔다. 금리가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기아 쏘렌토 계약 대기자 B씨)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며 신차 구입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차량 생산 차질로 ‘대기 수요(백오더)’ 물량이 워낙 많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큰 폭 오르며 차량 할부금융 이자가 크게 올라 신차 구입 자체를 망설이는 고객들이 급증세다.
백오더는 ‘밀린 주문’으로 차량 구입 의사는 있지만 차량 출고가 늦어지며 아직 충족되지 않은 예비 수요를 말한다. 최근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완화되며 백오더 물량 해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금리 부담으로 인한 계약 취소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완성차 업계 재고 증가가 속도를 낼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 이처럼 불확실성이 확대하는 배경에는 금리 인상이 도사리고 있다. 금리 인상은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를 올리는 데 일조하며 신차 수요 감소 원인이 된다.
원래 이전까지 수 년동안 현대차 할부금리는 2%대였다. 하지만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 주력 모델인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을 70% 할부금융으로 대출받아 2년간 갚을 경우, 가장 낮은 할부 금리가 3.7%(롯데캐피탈)에 달한다.
같은 구매 조건으로 하나캐피탈(10%), KB캐피탈(9.8%)를 이용할 경우 금리가 10%에 육박한다. BNK캐피탈은 같은 조건으로 금리가 12%로 더 높다.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는 변동 금리가 아닌 고정 금리로 적용된다. 캐피탈 업체가 향후 금리 인상에 대비해 높은 수준의 금리를 미리 적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차 구입 시 할부금융 부담이 크게 늘었다. 수입차의 경우도 신차 구입 시 최저 5% 후반에서 최고 12% 할부금융 금리가 적용된다.
특히 백오더 물량이 200만대가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그룹의 경우 계약 취소가 늘면서 재고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현대차의 백오더는 100만대(내수 67만대, 수출 33만대), 기아 백오더는 120만대(내수 60만대, 수출 60만대)에 달한다.
실제 일부 차종은 이미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는 이날 기준 재고가 960대 수준이다. 재고 물량의 빠른 소진을 위해 현대차는 11월 한 달간 캐스퍼를 최대 120만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사전계약 첫날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던 아이오닉 6와, ‘10만9000대’라는 초유의 사전계약 대수를 기록한 그랜저 7세대도 영업점에 계약 취소 문의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차량 수요 감소는 완성차 업계보다 경기에 더 민감한 중고차 업계에서도 포착된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산차와 수입차 전체 평균 시세는 전월보다 0.3% 하락했다. 수입차 중 인기가 높은 벤츠 E-클래스 W213, BMW 5시리즈(G30)는 각각 중고차 시세가 평균 1.88%, 1.26% 떨어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신차를 사전 계약했던 사람들이 이를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대기 물량이 아직 많은 만큼 당장 완성차 업체에 타격을 주진 않겠지만 대기 물량이 해소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신차 계약에 악영향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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