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네덜란드가 미국과의 전략적 협상을 위해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고 판단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이날 자국 의회에 출석해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스레이네마허 장관은 지난주에도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를 ‘조건 없이’ 따르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ASML은 최첨단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이전 기술을 활용한 모델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도 제조하고 있다.
DUV 장비는 빛을 이용해 웨이퍼에 전자회로를 새기는 장비로 첨단 반도체 장비로 불리는 EUV 장비의 구형 버전이다.
ASML은 이미 EUV 장비믐 중국에 공급하지 않지만 DUV 노광장비는 판매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ASML의 DUV 노광장비 중에서 가장 첨단 기술인 액침 노광(immersion lithography) 장비의 중국 수출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미국 제재로 중국이 첨단 공정 경쟁 대신 구식 공정 개발로 눈길을 돌리며 중국 업체들이 DUV 장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자 미국은 DUV까지 판매 금지 목록에 추가하려는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네덜란드가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실제 중국에 장비 판매를 이행하기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EUV 이전 기술인 DUV 등을 현재 중국에 판매하는 만큼 이와 관련한 협상을 하거나, 미국을 상대로 다른 이익을 취하기 위한 전략이지 실제 미국에 반해 중국에 장비를 판매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설계부터 소재·부품·장비가 다양하게 얽힌 구조를 가진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네덜란드 장비 업체들도 미국 요구를 묵살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ASML의 EUV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에는 미국산도 상당수 있어 미국 제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며 “미국에서 EUV 제재에서 확대해 DUV까지 제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네덜란드가 ‘슈퍼을’인 ASML을 활용한 협상 제안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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