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증권사에 다니는 40대 후반 A 씨는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평소 많은 월급을 받지만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자녀 사교육비와 생활비를 쓰고 나면 매월 수십 만 원의 저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A 씨는 “국민연금 외에는 딱히 노후 계획이 없고 은퇴 자금 마련도 아이들이 대학 진학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며 “동료 직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털어놨다.
국내 직장인들의 은퇴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최근 40, 50대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은퇴 자신감’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가 10점 만점에 5.2점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의 은퇴 자신감이 낮아지는 주된 요인은 건강과 재산 문제였다. 응답자의 37.3%가 ‘본인의 건강 우려’를 꼽았고 ‘부동산·금융자산 등 은퇴자산 부족’(21.8%), ‘노년의 외로움’(12.4%), ‘금융소득 부재 또는 부족’(10.9%)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53%)은 노후의 주된 소득원으로 국민연금을 꼽았다. 근로소득이나 퇴직연금을 주 소득원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각각 19.2%, 8.2%에 불과했다.
은퇴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가계 자산이나 노후소득 수단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은퇴 자신감이 높은 그룹의 가계 순자산은 평균 9억4000만 원으로, 자신감이 낮은 그룹 평균 순자산(4억3000만 원)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은퇴자신감이 상위 점수대(8~10점)인 사람들은 노후소득 수단이 평균 5.1개인 반면, 자신감 점수가 4점 이하로 낮은 경우엔 평균 3.8개에 불과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자신 있는 노후를 위해서는 은퇴 전에 기본적인 공·사적 연금을 준비하고 은퇴 초기에는 근로 활동을 지속해 소득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은퇴를 앞둔 우리나라의 대다수 직장인들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은퇴 이후에 당장 필요한 현금 보유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은퇴는 연금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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